[알아야 재미있다] 월드컵의 이변 경기 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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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승을 기록하고도 탈락한 알제리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나라들은 예선에서 몇 승을 거둬야 1라운드를 통과할 수 있을까.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D조에 속한 한국은 1승 1무 1패 이상의 성적으로 16강 진출을 목표로 삼고있다.

한국은 승점 4점 또는 그 이상의 커트라인을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승점 6점을 얻고도 탈락한 나라가 있었다.

82년 스페인 월드컵에 첫 선을 보인 알제리는 서독, 오스트리아, 칠레와 함께 2조에 편성됐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서독과의 첫 경기에서 알제리는 예상을 뒤집고 2-1로 승리, 대회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알제리에 지면 기차를 타고 귀국해 버리겠다”고 호언 장담했던 데아발 서독 감독은 경기에 패한 후 상기된 표정이 역력했다.

오스트리아와의 2차 전에서 0-2로 패했지만 3차 전 칠레를 접전 끝에 3-2로 물리쳐 2승째를 기록했다. 알제리는 서독, 오스트리아와 2승 1패 동률을 이뤘지만 골 득실에서 밀려 조 3위를 기록, 예선 탈락했다.

가뜩이나 2승을 하고도 탈락한 알제리에게 더욱 원통했던 것은 서독과 오스트리아의 담합 경기였다. 서독은 오스트리아에 패하면 예선 탈락하는 상황이었고 반대로 2승으로 여유가 있던 오스트리아는 서독에 대패만 하지 않는다면 자력으로 1회전을 통과할 수 있었다. 두 나라의 이러한 입장은 경기를 묘하게 이끌었다.

전반 10분 서독이 선취 골을 넣은 뒤 오스트리아가 도무지 공격을 하지 않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서독 또한 추가 득점에 뜻이 없는지 공격의 고삐를 풀었다. 경기는 결국 서독이 1-0으로 승리했다. 두 나라의 담합 뒤에는 오스트리아 선수 상당 수가 서독의 클럽에서 뛰고 있다는 사정도 있었다.

관중들은 깡통을 던지며 소동을 벌였지만 경기는 막을 내렸고 결국 두 나라는 모두 1차 예선을 통과했다. 경기 후 프랑스의 이다르고 감독은 “노벨 평화상감”이라고 두 나라를 비아냥거렸고 희생량이 된 알제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에 ‘비스포츠적 타협’이라며 제소했지만 FIFA는 이를 받아 들이지 않았다.

알제리는 최강 서독을 격파,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됐지만 한편으론 칠레(30년) , 유고(50년) 와 함께 월드컵에서 2승을 기록하고도 탈락한 두 얼굴을 가진 나라로도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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