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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특별구] 강남의 문화는

중앙일보

입력

공연.전시.영화분야에서도 서울의 강남.서초구는 풍부한 기반시설과 구매력을 바탕으로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취향은 "값은 비싸도 좋다.고급이고 세련되고 편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약문화가 발달한 데다 씀씀이도 크다는 게 특징이다.

공연 티켓 판매대행사인 티켓파크가 지난해 10~12월을 기준으로 집계한 회원 1인당 월평균 티켓 예매액수를 보자. 강남구가 9만여원, 서초구가 5만4천원으로 1,2위를 차지했다. 3위인 종로구는 3만2천원에 불과했다.

KBS 교향악단 개인회원 비율도 마찬가지다. 강남구.서초구 거주자가 26%(전체 5백11명 중 1백35명)를, R석 티켓을 제공받는 VIP회원의 경우 48%(1백32명 중 63명)를 차지한다.

대형 공연장을 봐도 예술의전당.LG아트센터.한전 아츠풀센터.현대자동차 아트홀 등이 강남.서초구에 밀집해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예술의전당이 2백억여원, LG아트센터가 28억여원으로 1,3위를 차지했다. 강북의 세종문화회관과 국립극장은 각각 80억여원과 9억여원으로 2,4위다.

주요 공연도 강남지역으로 이동해간다. 세종문화회관을 주무대로 활동해온 서울시향은 2000년부터 정기연주회를 예술의전당에서도 열기 시작, 지난해엔 14회 중 6회를 이곳에서 개최했다.

영화관객도 강남으로 간다. 제일기획이 지난해 말 서울지역 학생.성인 6백명에게 극장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광진구의 강변 CGV(14.1%)와 강남구의 메가박스(14.0%)가 1,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5월 삼성동 코엑스몰에 문을 연 메가박스는 16개의 상영관을 갖춘데다 쇼핑.식사.게임 등을 한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어 강북지역 관객까지 끌어모으고 있다.

강남 특구의 주민들은 미술품 취향도 다르다. 청담동이나 신사동 지역의 화랑가에는 미니멀(재현적 요소나 환상을 배제한 유파)아트와 모노크롬(단색화), 추상성이 강한 유화작품이 주로 팔린다

예화랑 이숙영 대표는 "단순한 인테리어를 좋아하는 강남지역에서는 40대 후반, 50대 초반 작가의 깔끔하고 세련된 작품이 인기가 있다"고 말한다.

강북의 인사동.평창동 화랑에서 작고.원로작가의 전통적 작품이 주로 팔리는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강남 특구에서 소극장이 안된다는 것은 문화취향의 한 부분을 보여준다. 연극에 알맞은 소극장은 강남지역을 통틀어 청담동의 유시어터 한곳 뿐이다. 그나마 유인촌 대표의 지명도 때문에 '버티고'있을 뿐 5년째 고전 중이다.

강남에 기대를 걸고 갔다가 무참하게 '깨진' 사례가 실험극장이다. 41년 역사를 자랑하던 한국의 대표적인 명문극단이었다. 하지만 90년대에 압구정동으로 이전한 지 몇년 안돼서 문을 닫고 말았다.

손숙.박정자 등 여성스타를 내세워 강남관객을 끌어보려 부단히 노력했으나 결국 고배를 마신 것. 연극인들의 해석은 "강남의 '고급'이미지와 질박한 연극은 궁합이 안맞는다.

LG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이 흥행에 성공한 것은 화려한 세트와 의상을 갖춘 구미의 유명작품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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