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드는 김경희 위독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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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노동당 중앙위 위원

최근 탈북자 사이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이자 김정일 위원장의 유일한 여동생인 김경희 노동당 중앙위 위원의 위독설이 다시 빠르게 돌고 있다. 정보 관계자는 최근 “요즘 유난히 탈북자들이 위독설을 더 심각하게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 관련 매체의 한 간부도 “탈북자들을 만나면 다들 위독설을 말한다”고 했다. 김경희는 2012년 9~10월 싱가포르에 치료차 방문했다는 설이 돈 이래 줄곧 중병설이 제기되고 있다.

탈북자 A씨는 “북에 있을 때 김경희를 만나면 ‘술부터 마시자’고 할 정도로 그는 술을 좋아했다”며 “그래서 북한 내 정보원들은 김경희가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간경변을 앓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북한방송은 지난 5일 “2월 19일 쓰러진 김경희가 현재까지 혼수상태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2월 16일 동상 제막식에 참가할 당시도 연못동에 있는 호위국 간부 진료소에서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와 관련, 일절 보도를 내고 있지 않다.

문제는 김경희 위독설이 실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정보 관계자는 “사진을 추적해보면 지난달 16일 김경희가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관한 이후 모두 아홉 차례에 걸쳐 김정은이 기념촬영을 했지만 김경희는 참여하지 않았다”며 “그러다 2월 28일 핵실험 관계자들과의 기념사진을 찍은 것으로 노동신문은 공개했는데 이는 합성사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아가 “위기설을 잠재우려면 동영상을 보여주면 되는데 김경희의 모습은 2월 이후 공개된 동영상에 보이지 않는다”며 “사진은 합성해도 동영상은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위독설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사망할 경우 발생할 정치적 파장 때문이다. 현재 북한 권력은 김정은을 김경희와 장성택이 후견하는 구조다. 김정은-김경희-장성택의 권력 구조에서 김경희는 김일성의 피를 이어받고, 김정일과는 피를 나눈 사람으로 김정은을 전면 지원한다. 그런 유일 혈통에 유고 사태가 벌어지면 권력 구조는 심각하게 변할 수 있다.

이 정보 관계자는 “김경희 유고가 사실이 된다면 장성택이 친위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김경희가 군부 강경파를 제어할 수 있었는데 유고로 최고 지도부의 권위가 약화될 수 있어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다. 탈북자 A씨도 “8일 북한에 있는 정보원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그는 ‘장성택이 권력 장악을 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안성규 기자·김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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