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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레닌·김정일처럼 미라로 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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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남미 지도자들이 8일(현지시간)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베네수엘라로 모여들었다.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부통령과 룰라 다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차베스의 딸 로사 비르지니아(왼쪽부터)가 7일 차베스의 시신 앞에서 애도를 표하고 있다. [카라카스 로이터=뉴시스]

베네수엘라 정부가 암 투병 중 사망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시신을 방부 처리해 영구 보존키로 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7일(현지시간) “국민들이 영원히 차베스를 볼 수 있도록 블라디미르 레닌이나 호찌민,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처럼 시신을 방부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시신은 수정 관에 안치돼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 인근의 혁명 박물관에 영구 전시될 예정이다. 1992년 2월 당시 차베스 중령이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킨 곳이다.

 현대 세계에서 시신이 미라로 보존·전시되는 지도자는 소련의 레닌과 중국 마오쩌둥, 베트남 호찌민과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등이다. 레닌의 후계자 이오시프 스탈린도 사후 전시됐으나 8년 후 격하운동이 일어나며 이장돼 묻혔다. 이들은 사회주의 국가를 건국하거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신격화된 존재들이다. 하지만 차베스는 반대파가 엄연히 존재하는 국가에서 국민투표로 대통령에 오른 인물이어서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신격화 논란이 불거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차베스 지지자들은 그가 평소 숭배해온 ‘남미 독립의 아버지’ 시몬 볼리바르가 묻힌 ‘판테온 나시오날’에 안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헌법은 사후 25년이 지나야 이곳에 묻힐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8일 오전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장례식엔 54개국 대표단이 참석했다. 지우마 호세프(브라질),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아르헨티나), 에보 모랄레스(볼리비아), 라울 카스트로(쿠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이란) 등 22개국 정상들이 모습을 보였다. 차베스가 적성국으로 규정해 대립해 온 미국도 그레고리 믹스 하원의원, 윌리엄 델라헌트 전 하원의원과 정부 관료들을 조문단으로 파견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은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비판자들은 차베스의 정치 스타일을 독재라 말하겠지만 중남미 통합에 대한 그의 열정과 빈민에 대한 사랑에 관해서 만큼은 반론을 제기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의 철학과 신념은 수십 년간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했다.

 6일 오후부터 카라카스 군사학교에 마련된 차베스 빈소엔 하루 만에 추모객이 200만 명을 넘어섰다. 마두로 부통령은 장례식이 끝난 뒤 임시 대통령직에 공식 취임 한다.

 한편 호세 오르넬라 대통령 경호실장은 “차베스가 최후의 순간에 겨우 입을 움직여 ‘죽고 싶지 않다. 제발 죽지 않게 해달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고 AP통신에 전했다.

◆이정희 “양국 민중 우의 깊어질 것”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8일 오후 서울 공평동의 주한 베네수엘라 대사관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대표는 방명록에 “한국의 진보 민중과 베네수엘라 민중의 연대 및 우의는 더 커지고 깊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충형·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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