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총리인준 순풍 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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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高建)총리지명자가 공식 발표됨에 따라 23일 각당은 총리 인사청문회 준비에 들어갔다. 각당은 선입관 없는 철저한 검증을 다짐하고 있다.

한나라당 임인배(林仁培)수석부총무는 "초.재선 의원으로 팀을 구성, 국가관.국정수행능력.도덕성.개혁성을 철저히 따진 뒤 여론 흐름을 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자민련도 같은 입장이다. 다만 자민련은 노무현 당선자가 지난 주말 여야 총무들과 만나면서 자민련 총무를 배제한 데 대해 "국정 협조를 당부하면서 원내 12석을 가진 정당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언짢아하고 있다.

청문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13명의 위원을 의석비에 따라 7(한나라당):5(민주당):1(자민련)로 나누자는 입장이나, 민주당은 종전처럼 6:6:1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각당은 高지명자의 풍부한 행정경험과 합리적 사고에 대해 대체로 후하게 평가한다. 결정적 하자가 없는 한 무난히 통과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한나라당은 당론이 아닌 각 의원들의 판단에 따라 가부를 결정하는 '자유투표(크로스보팅)'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희(朴鍾熙)대변인은 "당직자회의에서 크로스보팅 얘기가 나오자 당 수뇌부 모두 긍정적이었다"고 전했다. 1998년 현정권 초대총리로 내정됐던 김종필(金鍾泌)씨에 대해 당론으로 반대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이런 기류에 대해 이규택(李揆澤)총무는 "별 이유 없이 당론으로 반대할 경우 정권의 발목을 잡는다는 여론이 일 게 뻔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지난 22일 盧당선자가 한나라당사를 방문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 인사들과도 비교적 좋은 사이로 지내온 高지명자의 처세술에서도 비롯된 바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85년 민정당 공천으로 12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한나라당내 민정계와 같은 뿌리인 셈이다. 또 97.98년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총리를 지내 당내 민주계와도 교분이 있다. 이상배(李相培)정책위의장과는 행시 13회 동기다.

이런 인연에다 高지명자는 23일 서청원(徐淸源)대표.李의장.朴대변인 등 한나라당 당직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당사를 방문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高지명자 불가론을 강하게 주장한다.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당내 개혁적 의원들의 모임인 '국민속으로'는 "高지명자는 무사안일의 표본으로 처신에 의아한 점이 많다"며 "개혁대통령에 대독(代讀)총리가 될까 우려된다"고 반대했다. 민주당내 갈등도 변수로 남아 있다.

남정호 기자nam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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