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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피아니스트 리윈디 아시아 새별로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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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 다비도비치.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아담 하라세비츠.마우리치오 폴리니.마르타 아르헤리치.게릭 올슨.크리스티안 짐머만.스타니슬라브 부닌…. 5년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쇼팽 콩쿠르 우승자들이다.

예선부터 결선까지 줄곧 쇼팽의 작품만으로 경연(競演) 을 벌이는 이 콩쿠르는 우승자들의 면면만큼이나 까다로운 심사과정으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1985년 이후 15년간 1위 입상자를 한번도 내지 못했을까.

2000년 10월 제14회 쇼팽 콩쿠르에서 사상 최연소에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우승을 차지, 2만5천달러의 상금을 받은 중국 태생 리윈디(李雲迪.19) 의 데뷔음반이 중국.홍콩.대만에 이어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콩쿠르 우승 직후 세계 굴지의 음반사인 도이체 그라모폰 레이블과 전속 계약을 하고 지난해 9월 녹음한 CD'쇼팽'이 그 주인공. '피아노 소나타 제3번 b단조'를 비롯해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 에튀드'반음계''흑건(黑鍵) ''겨울바람', 즉흥환상곡, 녹턴 제1번, 제2번, 제5번 등 쇼팽 콩쿠르에서 그가 연주했던 작품들이 수록돼 있다.

오는 3월 국내 출시를 앞두고 미리 들어본 이 음반에는 까다로운 테크닉으로 점철돼 있는 쇼팽의 음악을 매우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연주하는 리윈디의 명연(名演) 이 담겨 있다.

이 음반은 지난해 12월 4일 홍콩에서 출시돼 발매 첫날 50만장이 팔려나갔고 열흘 만에 1백만장을 넘겼다. 대만.중국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는 마찬가지다.일본에서는 지난해 말까지 15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중국의 기무라 다쿠야'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영화배우 뺨치는 수려한 외모까지 겸비한 리윈디. 그의 얼굴과 연주 모습이 실린 포스터와 현수막이 홍콩 시내의 주요 상가와 대로변에 내걸리는가 하면 인터뷰 기사가 주요 잡지와 신문에 대서특필됐다. 또 홍콩 텔레콤 광고 모델로 출연하는 등 중국인들의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충칭(重慶) 태생인 그는 한살 때부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유심히 듣더니 네살 때 상점 쇼윈도에 진열된 아코디언을 사달라고 졸라 배우기 시작했다.

피아노 건반 앞에 앉기 시작한 것은 일곱살 때부터. 넉넉하지 못한 살림이라 리윈디의 부모는 적금 통장을 몽땅 털어 업라이트 피아노 한 대를 겨우 장만했다.

문화혁명 때 독학으로 피아노를 배운 단자오이가 그의 스승. 쓰촨(泗川) 음악원에서 배우던 선생님을 따라 가족이 선전(深□) 으로 이사했고, 아버지는 광저우(廣州) 에 있는 철강회사로 직장을 옮겼다.

리윈디가 재학 중인 선전음악원에서는 콩쿠르 우승 직후 그에게 교수직을 제의했고 외국 유학도 보내주기로 했다.

유럽의 명문 음악원들이 앞다투어 입학 허가서를 보내왔으나 현재 하노버 음대 유학을 검토 중이다.

이번 콩쿠르에서 폴로네이즈상.마주르카상도 함께 수상한 그는 1994년 스트라빈스키 청소년 국제콩쿠르, 99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리스트 국제콩쿠르, 2000년 지나 바카우어 청소년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쇼팽 콩쿠르에서 중국인의 입상은 55년 푸총(3위) 에 이어 두번째. 하지만 우승은 처음이다. 동양인 우승자로는 우치다 미츠코(70년) .당타이손(80년) 에 이어 세번째다.

리윈디는 매일 다섯시간 이상을 연습에 할애하며 취미는 탁구.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만큼 콩쿠르 도전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쇼팽뿐만 아니라 리스트.브람스.베토벤.모차르트.라벨.프로코피예프 등도 좋아하며 존경하는 피아니스트로는 아서 루빈스타인.크리스티안 짐머만.마우리치오 폴리니를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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