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유럽 변방 아일랜드 세계화 '넘버1'

중앙일보

입력

인구 3백80만명의 유럽 변방의 작은 나라 아일랜드가 세계화(globalization) 수준에서 세계 제일로 꼽혔다.2년 전 조사결과보다 다섯 단계나 뛰어오른 것이다.

미국의 컨설팅업체인 AT커니와 유명 외교전문 잡지 '포린 폴리시'가 62개국의 세계화 지수를 조사한 결과다.

아일랜드의 이같은 개가는 한마디로 외국 기업에 우호적인 경영환경을 갖춘 것이 높이 평가받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2년 전과 같은 31위였으나 일본은 29위에서 38위로 미끄러졌다.

세계화 순위는 4개 부문을 각각 평가한 뒤 이를 종합해 매겨졌다. ▶무역.외국인 투자.자본 유출입 등 세계 경제와의 활발한 거래정도▶해외 여행.국제전화 사용 등 국민의 해외 접촉 빈도▶유엔 등 국제사회 참여도▶네티즌수 등 인터넷 환경이 4개 부문이다.

◇ 아일랜드 무슨 강점 지녔나=영어 사용국이라는 기본 바탕을 기업친화적 정책과 결합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80년 말까지만 해도 서유럽에서 못사는 나라에 속했던 아일랜드는 해외 투자유치만이 살 길이라며 팔을 걷어붙였다. 이미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던 법인세를 98년에 더 낮췄으며, 공기업이었던 이동통신과 은행들을 민영화했고, 통신 인프라 확충에도 나섰다.

이런 정책이 결실을 보아 투자환경이 부쩍 부쩍 개선됐다. 마이크로 소프트.인텔.IBM 등 세계적인 첨단기업들이 이 나라에 유럽 본부를 차렸다. 이런 기업들의 집단 서식지가 '실리콘 아일'로 불리며, 미국 실리콘밸리에 비견되기도 한다.

90년 중반 30억달러에 그친 해외직접투자 유치가 2000년에는 2백5억달러로 급증했다. 최근 6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무려 9.5%에 이른다. 그 결과 87년 9천달러를 밑돌던 1인당 국민소득이 지금은 2만5천달러에 달하고 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12개국 가운데 하나인 아일랜드는 금융시장의 장벽을 크게 낮추며 금융거래의 중심지로도 통한다. 국민의 세계화 수준도 지속적인 관광산업 육성과 이동통신 인프라 구축으로 가장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 작다고 얕보지 마라=작지만 강한 나라, 강소국(强小國)들이 대거 상위권에 포진했다.

상위 10개국 가운데 캐나다.영국을 제외한 8개국이 그런 나라로 분류될 수 있다. 특히 네덜란드.스웨덴.핀란드.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통신 인프라와 개방적인 투자환경으로 주목받았다. 반면에 미국.프랑스.독일.일본 등 대국들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31위인 우리나라는 경쟁국인 대만(32위).일본(38위).중국(53위)보다 앞선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 일본은 특히 2년 전보다 아홉 계단이나 추락했다.

경제 개방도와 인터넷 환경이 뒤졌으며, 국제사회 참여도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싱가포르(3위)와 말레이시아(20위)는 우리보다 앞섰다.

이번 순위는 2000년 한 해 동안의 세계화 정도를 측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정보통신(IT)분야의 침체로 인한 투자위축이 다음번 세계화 순위조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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