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정부조직개편안 처리 촉구에도 불구하고 민주통합당이 오히려 “일방통행”이라고 반발하면서 국정 공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오늘(5일)이면 임시국회가 끝난다. 3월 임시국회를 다시 소집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3월 국회가 시작되더라도 타결의 물꼬가 트이긴 어려워 보인다. 과거엔 야당이 계속 버티면 여당 단독 처리라는 강수를 뒀지만 이번엔 이 카드마저 쓸 수가 없다. 지난해 5월 18대 국회 임기 막바지에 여야가 몸싸움 없는 국회를 만들자며 ‘국회선진화법’이란 걸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단독 처리를 하려면 국회의원 5분의 3(180명)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새누리당 의원 수는 153명에 불과하다. 단독 처리는 할 수 없단 얘기다. 결국 방법은 여야가 어떻게든 절충안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온전히 출범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6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나면 17개 부처 중 12개 부처 장관은 우선 임명장을 줘 일을 시작할 수 있다. 당초 민주당이 청문회 개최를 거부하던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8일 청문회가 열린다.
하지만 경제부총리와 미래창조과학·산업통상자원·해양수산부 장관 등 4개 부처 수장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인사청문회 자체를 열 수 없다. 게다가 김종훈 후보자가 4일 전격 사퇴하면서 새 얼굴을 다시 찾아야 해 미래창조과학부를 이끌 초대장관이 청사로 출근하려면 3월을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완전한 모습을 갖추려면 앞으로도 한 달 가까운 시간이 더 필요하다. 당분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동거(同居)체제’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4일 대국민담화 직후 이어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각 부처는 장관이 취임하는 즉시 금년 대통령 첫 업무보고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주문했다. “경제부흥·국민행복·문화융성·평화통일을 위한 기반 구축을 위해 100일 안에 기초를 쌓는다는 각오로 정책역량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청와대는 각 부처 장관이 정상 출근을 하기 전까지 각 수석비서관이 부처 업무를 직접 챙기도록 할 방침이다.
◆5일에도 공식 일정 없어=박 대통령은 취임 9일째인 5일에도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지난달 28일과 지난 2·3일에 이어 네 번째다. 이에 따라 매주 화요일에 열리던 국무회의도 지난달 26일에 이어 두 번 연속 열리지 않게 됐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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