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검진법 개발, 핵 가지고 노는 10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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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테일러 윌슨(左), 잭 안드라카(右)

올해 TED의 메인 테마는 ‘젊은이, 현인, 아직 유명해지지 않은 이들(The Young, The Wise, The Undiscovered)’이다. 주제에 걸맞게 올해 TED를 빛낸 건 ‘10대 젊은이’들이었다. 미국 네바다주 리노에 사는 테일러 윌슨(17)은 5월 졸업을 앞둔 고등학생이지만 이미 유명인사다. 지난해 미 과학잡지 포퓰러사이언스는 ‘핵을 가지고 노는 소년’이라는 기사로 그를 다뤘고, 미 경제잡지 포브스는 ‘에너지 업계의 빌 게이츠’라고 그를 표현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롱비치의 행위예술센터 무대에 오른 윌슨은 “14살 때 집 차고에서 핵융합로(nuclear fusion reactor)를 만들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TED가 아끼는 천재 소년이다. 지난해 이 자리에서 핵융합로를 만들었던 경험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이번에는 핵분열을 연구했다”며 “작아서 언제 어디에나 설치 가능한 ‘소형 모듈식 핵분열 원자로(Small Modular Fission Reactor)’를 발명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원자로는 테러에도 안전하고, 핵무기를 재활용할 수 있으며, 한번 연료를 넣으면 30년간 가동이 가능하다. 그는 지난해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티엘이 만든 ‘티엘프라이즈’를 수상해 10만 달러의 상금을 받아 사업자금을 마련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췌장암이 뭔지도 몰랐던 잭 안드라카(16)는 값싸고, 간편하며, 정확한 췌장암 검진법을 개발해 TED 발표자가 됐다. 평소 ‘삼촌’이라고 부를 정도로 따르던 아버지의 친구를 췌장암으로 떠나보낸 후 이를 깊이 파고든 결과다.

 그가 개발한 검진 방법은 당뇨병 검진을 하듯 피 한 방울을 이용해 메소틸린이라는 암 발병 시 과발현되는 단백질의 항체 반응을 알아보는 방식이다. 이게 진짜로 통할지 알아보기 위해 199명의 췌장암 전문 의사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결과 200번째 의사의 도움으로 검진 방법 개발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 검진법 개발로 지난해 5월 세계 최대의 과학경진대회인 인텔 ISEF에서 최고 상을 받았다. 안드라카는 “살면서 너무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지 않느냐”며 “아마 그런 순간을 맞는다면 여기 있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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