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영화계 파워 가속도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여성영화계는 흥분했다. 80여년의 한국영화사 최초로 한해에 여성감독 두 명이 장편영화를 선보였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연 감독이다. 올해는 여성감독들의 활약이 더욱 돋보일 것이 확실하다.

최소 5~6명의 감독이 신작을 내놓는다. 일단 '미술관 옆 동물원'으로 섬세한 감성을 과시했던 이정향 감독의 신작 '집으로…'가 다음달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외할머니와 어린 소년을 통해 가족내 의사소통 문제를 해부했다.

이어 이미연 감독의 데뷔작 '버스, 정류장'(3월 초) 이 개봉된다. 17세 여고생과 32세 보습학원 강사의 사랑을 그릴 작정이다.

또 연상의 여인을 사랑하는 청년의 갈등을 다룰 '질투는 나의 힘'(박찬옥) , 중년 부부의 외도를 해부할 '밀회'(변영주) 등이 찾아온다. 이밖에 '4인용 식탁'(이수연) , '여고괴담3'(윤재연) 등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례.김영.장희선 감독도 준비 중이다.

올해엔 우먼 파워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스크린의 주변부로 밀려나 있는 한국 여성의 위상을 얼마나 현실감 있게 그려낼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해 이상으로 올 영화계를 남성 중심의 액션이 장악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영화 전문가들은 흥행 영화들의 틈새로 속속 빠져나가는 일상의 잔잔한 무늬를 이들 여성감독들이 예민한 촉수로 건져 올려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여성영화의 성장은 한국영화의 질적 발전과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