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와이저에 물 탔다” 1500만 달러 손배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미국의 맥주 소비자들이 세계 최대 맥주회사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BI)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ABI가 자사 제품인 버드와이저(사진) 등에 물을 타 라벨에 적힌 알코올 도수보다 낮은 맥주를 팔았다는 이유다. 블룸버그통신은 26일 “소비자 2명이 25일 필라델피아 연방법원에 ABI가 자사 제품 10개의 알코올 도수를 속여 팔았다며 소송을 냈고, 뉴저지와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다른 소비자들이 제기한 비슷한 소송이 계류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이들이 청구한 배상액은 각각 500만 달러(약 54억원)가 넘는다.

 샌프란시스코 소송의 변호인은 “우리 의뢰인이 캘리포니아주 내에서 다른 피해 소비자들을 모아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오하이오와 콜로라도에서도 곧 비슷한 소송이 제기될 것이라 전국적 규모로 보면 파장이 엄청날 것”이라고 밝혔다.

 필라델피아 법원에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그린버그 형제는 지난 4년 동안 알코올 도수가 5%로 표시된 버드와이저 맥주를 매달 네 상자씩 샀다. 그런데 ABI가 맥주 제조의 마지막 단계에서 물과 이산화탄소를 섞어 맥주를 연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ABI가 알코올 함량을 100분의 1까지 측정할 수 있는 정밀한 기계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기계를 이용해 알코올 도수를 100분의 3~100분의 8씩 떨어뜨렸고, 이들이 4년 동안 마신 버드와이저는 알코올 도수 5%짜리가 아니라 4%를 조금 넘는 맥주였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소송을 낸 여성은 ABI의 양조장에서 일했던 이들에게 이런 사실을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황으로 볼 때 ABI가 비용절감을 위해 본사 차원에서 지시를 내려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원고들은 “ABI가 주류의 도수를 명확히 표시하도록 한 주법을 위반하고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ABI에 손해배상과 함께 제품 광고도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소송의 대상이 된 ABI 맥주는 버드와이저, 버드 아이스, 버드 라이트 플래티넘, 미켈롭, 미켈롭 울트라, 허리케인 하이 그래비티 라거, 킹 코브라, 부시 아이스, 내추럴 아이스, 버드 라이트 라임 등이다. ABI 쪽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유지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