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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터치] 우정없는 우정 출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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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출연은 말 그대로 출연배우 또는 감독과의 우정 때문에, 친분관계 때문에 출연을 하는 경우다. '조폭 마누라'에서 인연을 맺었던 신은경과 박상면이 대표적인 사례.

신은경은 지난해 말 박상면이 주연한 코미디 영화 '유아독존'에 깜짝 출연해 돈독한 우정을 과시했다.

최근 임창정은 '색즉시공'에서 상대역이었던 하지원의 신작 '역전의 명수'에 출연하기 위해 바쁜 일정을 쪼개 부산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렇듯 우정출연은 종종 충무로의 훈훈한 화제가 된다.

그런데 최근 일어난 우정출연에 관한 한 해프닝은 이러한 미담(美談)과는 좀 거리가 있다. 지난 21일 곽재용 감독이 만든 멜로영화 '클래식'의 시사회가 열렸다. 주연은 손예진.조승우.조인성.

과거의 사랑과 현재의 사랑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십수년에 걸친 남녀의 운명적인 만남을 그린 영화였다. 손예진이 1인2역을 했고 조승우와 조인성은 각각 과거와 현재의 파트너를 맡았다.

말썽은 시사회가 끝난 후 일어났다. 조인성 측에서 자신이 연기한 상민 역의 비중이 시나리오에서보다 훨씬 떨어진다고 불만을 터뜨린 것.

조인성 측은 '클래식'의 제작사에 영화 크레디트에 오른 자기 이름 앞에 '우정출연'이란 표현을 넣어달라고 요구했다.

제작사는 이에 대해 "세 배우가 모두 주연급인데 그중 한 사람을 우정출연이라 할 수는 없다"고 난색을 표해 승강이가 벌어졌다.

제작사도 조인성의 촬영 장면이 편집 과정에서 일부 잘려나갔다고 인정한다. 배우 입장에서 보면 자존심 차원에서 용납하기 힘들었을 수 있다.

반면 편집권은 감독과 제작사의 고유한 권한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또 잘렸다고는 해도 한두 장면에만 출연하는 경우에 쓰는 우정출연이라는 말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 양측의 현명한 해결을 기대한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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