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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로 보은 인사·자리 장사 유혹 커진 탓?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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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들이 왜 이러나.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던 한 교육감이 최근 음독을 하는 등 교육감들의 일탈 행태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교육감 비리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전국 17명의 시·도 교육감 중 절반 가까이가 비리 등으로 구속되거나 재판을 받고,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지난 14일 감사원의 발표에 따르면 인천교육청 나근형 교육감은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자신의 측근을 승진시키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근무평정과 승진 순위를 조작하도록 지시했다. 경남교육청 고영진 교육감도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교육감들이 인사 등을 둘러싸고 잇따른 비리 의혹에 휩싸이는 배경엔 교육감 직선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자신을 도왔던 사람들에게 보은 인사를 하거나, 정당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교육감의 선거비용 확보를 위해 ‘자리 장사’를 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충남교육청 장학사 시험 비리의 경우, 교육감이 다음 선거 운동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받고 문제를 빼돌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막강한 인사권을 갖고 있는 교육감들이 보은 인사, 학연·지연 위주의 인사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정파나 인맥에 따라 자리를 주는 교육 엽관제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교육감직선제를 수정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과의 러닝메이트제 혹은 정책연대와 임명제가 그것이다. 러닝메이트제는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이 미국의 대통령·부통령처럼 함께 선거에 입후보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임명제는 직선제를 통해 뽑힌 지방자치단체장이나 대통령이 교육감을 임명하는 제도다. 바른교육권실천행동 김기수 공동대표는 “러닝메이트제로 가든지 지방자치단체장이 교육감을 임명하든지 이번 기회에 교육 자체를 지방자치의 범주에 묶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한적 직선제도 거론된다. 직선제 형태는 유지하되 교육감의 교육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이들로 선거인단(가령 학부형 등)을 꾸리자는 것이다.

일부 의견이긴 하지만 간선제로 돌아가자는 의견도 있다. 중앙대 교육학과 이성호 교수는 “간선제도 문제가 많았지만 지금처럼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투표하는 것보다는 낫다”며 “교사·교육전문가·학부모 대표 등이 투표하는 간선제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계의 인사 비리와 교육감 직선제는 별개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경기대 교직학과 김대유 겸임교수는 “장학사 제도의 문제일 뿐 교육감 직선제를 바꾸는 문제와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직선제 이후 오히려 인사 비리가 줄었다”고 말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외국의 대부분은 교육 직선제를 하지 않는 대신 교육의원을 직선으로 뽑은 뒤 그들이 (외부에서) 교육감을 영입한다”며 “그동안 직선으로 뽑던 교육의원 제도가 없어지기 때문에 교육감 직선제를 통해 주민자치 원리를 실현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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