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영화계 파워 100인' 갸웃

중앙일보

입력

최근 한 영화주간지는 창간 기념으로 '한국영화계를 움직이는 파워 100인'을 선정해 발표했다. 시네마서비스 대표 강우석씨를 선두로 투자자.기획자.감독.배우 등을 일렬로 세운 것이다.

이미 또 다른 영화주간지에서 '한국영화계 파워 50인'을 6년째 해 오고 있는데 이를 두 배로 늘린 셈이다. 이런 순위 매김은 해당 분야 종사자들에게 선의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으나 무리하면 역기능을 초래한다.

이번 발표를 본 영화인들은 대체로 시큰둥하거나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순위에 들지 못한 이는 못한 이대로, 순위를 받은 이들도 그들대로 불만스러워 했다.

할리우드처럼 세계 영화시장에 파워를 행사하는 곳이라면 영화관계자나 회사가 많아 비교 대상이 풍부하고 잣대도 사뭇 분명해진다.

하지만 충무로는 거기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올해 총 관객수는 8천만명.1인당 입장료 7천원을 기준으로 해도 영화 시장의 총매출액은 연간 5천6백억원 정도다. 비디오나 해외수출액을 포함해도 웬만한 대기업 매출액에 못미친다.

물론 영화산업은 매출액만으로 환산할 수 없는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순위를 매기기가 더 어렵고 모호하기도 하다. 어쨌든 고만고만한 시장에서, 영화 한 편 흥행하느냐 실패하느냐에 따라 단박에 순위가 몇 단계씩 훌쩍훌쩍 오르내리는 실정이라면 굳이 매년 파워맨을 선정할 필요가 있을까.

더구나 중견배우 박중훈이 1백위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한 회사에서 서너명이 순위안에 포함돼 있다면?

설사 선정기준이 공정하다 치더라도 무리하게 줄을 세우는 건 자칫 영화인들을 편가르고 서로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충무로에서 들리는 볼멘 소리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