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임시대통령 "대통령 호화전용기 팔겠다"

중앙일보

입력

극심한 경제난으로 대외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호화 전용기가 매물로 나왔다. 아돌포 로드리게스 사아 임시대통령은 23일 상원에서 첫 연설을 하면서 "전용기를 반드시 팔아버리겠다"고 강조했다.

보잉 757-23A기를 개조한 전용기 '탱고 1호'에는 식당과 침실은 물론 이발소까지 설치돼 있어 아르헨티나 국민은 이를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이 즐긴 사치스런 생활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대통령 전용기 매각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마땅한 주인을 만나지 못해 매매가 이뤄지지 않았다. 20일 사임한 페르난도 델라루아 전 대통령도 이 비행기를 4천9백20만달러(약 6백40억원)에 내놓았으나 원매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 비행기를 상업적 용도에 맞게 개조하는 데에도 많은 돈이 들기 때문이다.

이 비행기는 1999년 물러날 때까지 아르헨티나를 10년간 통치한 메넴 전 대통령이 93년 6천6백만달러(약 8백60억원)에 사들인 것이다.

2백30인승으로 2인용 침대가 비치된 침실과 욕실, 소파.안락의자를 갖춘 사무실, 6인용 식탁이 있는 식당이 설치돼 있다. 특히 머리가 벗겨져 유난히 헤어스타일에 신경을 썼던 메넴 전 대통령을 위한 이발 시설도 마련돼 있다.

귀빈용 14석, 수행원용 20석의 좌석이 배치돼 있다. 메넴은 이 전용기로 1백95차례에 걸쳐 총 3천8백시간을 비행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주정완 순회특파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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