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눈에 기업들 희비 교차

중앙일보

입력

"휴! 다행이다" "눈이 조금 더 내렸어야 하는데... 아쉽다"

크리스마스 전날인 24일 오전 서울 하늘에 잠시 눈이 흩뿌리자 업계의 희비가 순간적으로 교차했다.

이번 연말연시를 맞아 인터넷, 이동통신 등 IT(정보기술) 업체들이 눈이 오면 고객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눈 마케팅'을 대거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마케팅을 하는 기업들의 경우 이날 오전 가슴이 철렁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이유는 보험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지역에 눈이 1㎝ 이상 내릴 경우 고객 100명에게 100만원씩 총 1억원을 주기로 한 LG텔레콤의 경우 이같은 경우에 대비해 동부화재에 1천300만원을 주고보험을 들었다.

또한 눈이 2.4㎝이상 오면 1만명에게 5만원씩 모두 5억원을 주기로한 KT의 경우5천만원을 주고 현대해상에 보험을 들었다.

따라서 이들 업체의 경우 어차피 보험금을 낸 마당에 눈이 와야 고객들에게 선심을 쓰고 홍보.마케팅 효과가 만점이어서 눈을 학수고대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오늘 아침 눈이 제법 오는 것 같아 상당히 기대를 했는데순간적으로 내리고 말아 참으로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 지역에 8시, 9시, 10시를 전후에 3차례 눈이 내렸지만 눈이 전혀 쌓이지 않아 0.0㎝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그런데 KT의 경우 통상 1㎝ 이상 눈이 내릴 경우로 조건을 거는 다른 기업들과달리 경품을 주는 조건을 2.4㎝의 적설량으로 정한 것이 궁금하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크리스마스이브가 24일이니까 2.4㎝로 정했고 또한 보험료가 1㎝ 조건보다 싸다. 지난해 연말의 경우 3㎝가 내린 적이 있어 잘하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대해상의 경우 KT와는 2.4㎝로 계약을 했지만 LG카드와는 1㎝, 나래항공사와는 2㎝로 계약 조건을 다르게했다.

결국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하는 보험사들의 가슴만 이날 철렁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실제 보험사들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했다.

이에 대해 현대해상 관계자는 "기업들이 제공한 보험료를 가지고 다시 대한 재보험에 재보험을 들기 때문에 위험의 90% 이상을 회피할 수 있다"고 이유를 말했다.

그렇다면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인 대한재보험이 그많은 위험을 모두 떠안고 날씨를 점치며 한판 큰 도박을 한다는 말인가. 그것도 정답이 아니다.

대한재보험 역시 해외의 재보험사에 다시 보험을 들어 어느 정도 위험을 회피하도록 했다.

결국 이날 서울의 일부 지역에 산발적으로 잠시 내린 눈에 국내 IT기업과 보험사들은 물론이고 해외 보험사들의 눈과 귀가 집중했던 셈이 됐다.(서울=연합뉴스) 박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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