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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수뇌의 인사이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육군원호관리국 부정사건을 계기로하여 육군수뇌진에 상당한 인사이동이 생겼다. 김용철 육군참모총장의 사표가 수리되고 예편되는 동시에 김계원 육군중장이 대장으로 승진, 육참총장에 임명됨에 이른 것이다. 이번의 인사이동에 있어 직접적인 원인이 바로 원호관리국 부정사건에 있었는지 여부는 분명치 않으나 적어도 그것이 하나의 계기가 된 것이 아닌가는 일반적으로 추측되어 있는 바이다.
퇴임하는 김 장군은 유능하고 청렴결백하기로 이름이 있는 분인데 부하들이 추문 때문에 자진 인책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이 고위층에 속하는 인사가 부하의 과오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직을 물러선다는 것은 바로 그 인격의 고매함을 입증하는 것으로 우리는 이를 가장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종래 우리나라에서는 군뿐만이 아니라 정부 각 부처, 지방행정관서 등에 독직이 전무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하여 그와 같은 독직사례는 전공무원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을 흐리게 했으며 나아가서는 국가전체의 기강을 몹시 해이하게 하는데 부채질한 바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부패공무원들이 어느 정도로 엄격한 처벌을 받았던가에 대해서는 우리는 의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상사로서 책임있는 지위에 있는 고위층 인사들이 과연 몇 번이나 자진 인책퇴사의 의연한 태도를 보여 주었던가 우리는 별로 인상적이었다고 할 만한 선례를 갖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번 김 육참총장이 부하의 잘못을 바로 자기의 책임으로 생각하고 직을 물러나는데 비굴함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참으로 군인다운 훌륭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는 것으로 이것은 국가의 중책을 맡아 보는 사람들의 귀감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최고의 위치에 있는 이와 같은 인사가 반드시 전 부하들의 모든 행동을 일일이 감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부하의 부정뇌물에 하등의 책임도 느끼지 못하는 상사가 있다면 기강의 ??정이라는 것은 기대할 방도가 없을 것이다.
더구나 군에 있어서는 모든 부면에 있어 책임이라는 것이 법정적으로 중요한 의의를 갖는 것이다. 생명을 걸고 책임을 수행한다는 것은 바로 군의 직무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때 우리는 상·하가 일치하여 책임을 질 줄 아는 군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흐뭇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육본지원관리국부정사건은 유감된 일이며 또한 그것이 우리 국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도 사실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하여 책임을 통감하고 사표를 제출할 줄 아는 육군수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나라의 장래를 위하여 행복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각부처나 지방관서에 있어서도 그 장되는 위치에 있는 인사들은 언제나 「인책」의 도의를 감수해야 될 것이다. 종래 이 점에 있어 우리는 너무나 불투명한 사태를 많이 보아왔다. 고위상좌에서 어찌 하위부하들의 부정뇌물을 다 감독하고 책임질 수 있겠느냐고 무감각한 태도를 보인다면 이는 국가에 봉사하며 국민의 수임한 바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올바른 처사가 아닐 것이다.
후임 육참총장도 전임자의 높은 책임의식을 거울삼아 청렴하고 기강있는 국군의 발전을 위하여 진력해 줄 것으로 믿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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