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토리우스 불똥 … 연 58조원 ‘스폰서십’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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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총을 쏴 애인을 숨지게 한 이후 그의 흔적 지우기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이달 14일 인부들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도로변 광고판에서 피스토리우스가 들어간 광고를 서둘러 철거하고 있는 모습이다. [요하네스버그 AP=뉴시스]

기업들이 스타 마케팅의 리스크관리에 비상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7)가 애인을 권총으로 숨지게 한 사건 탓이다. 그의 후원사인 나이키는 18일(현지시간) 피스토리우스를 내세운 광고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케주언 윌킨스 나이키 대변인은 “우리는 앞으로 피스토리우스가 등장하는 광고를 할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애초 대변인 윌킨스는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판단할 문제인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스토리우스가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이라는 정황에 무게가 실리자 나이키는 비난과 이미지 실추가 두려워 서둘러 발을 뺐다. 돈으로 환산하면 200만 달러(약 21억원) 투자가 실패로 끝난 셈이다.

 나이키 광고 내용도 도마에 올랐다. 이 회사는 전력질주하는 피스토리우스의 사진 옆에 ‘나는 약실의 탄환(I am the bullet in the chamber)’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인터넷 광고를 했다. 윌킨스는 “광고 문구는 트랙 위에서 피스토리우스의 스피드와 성과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광고 문구가 피스토리우스의 총기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피스토리우스 사건의 불똥은 세계적인 선글라스업체인 오클리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료 영화채널인 엠넷무비에도 튀었다. 두 회사 모두 2009년부터 그를 후원해 왔다. 나이키가 그의 광고를 중단하기로 하자마자 오클리 등도 신속하게 후원 계약을 해지하고 광고를 멈췄다.

 이들 기업이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도 않은 피스토리우스와 결별하기로 한 것은 과거 학습효과 탓이다. 나이키는 2009년 골프 스타 타이거 우즈가 불륜 스캔들에 휩싸였음에도 그에 대한 후원을 지속했다. 그 바람에 수억 달러를 손해봤다.

 영국 스포츠 마케팅회사인 스포츠임팩트의 존 테일러 회장은 “피스토리우스가 무죄로 판명난다 해도 이미지는 이미 타격을 입었다”며 “기업 브랜드들은 판결이 나기 전까지 기다리지 말고 빨리 그와 거리 두기에 나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현재 글로벌 스폰서 시장은 엄청난 규모다. 미국 스포츠마케팅회사인 IEG에 따르면 올해 스폰서십 규모는 533억 달러(약 58조원) 규모로 예상됐다. 한 해 전보다 5% 정도 증가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스폰서십은 TV광고보다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국내 광고회사인 이노션브랜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최창원 박사는 “스포츠 선수를 후원하거나 광고모델로 쓰면 그 선수 이미지에 편승해 브랜드 이미지를 단기간에 구축하고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효과가 큰 만큼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최 박사는 “기업이 한 선수를 장기적으로 후원하면 이번 피스토리우스 사건처럼 위험 부담 역시 커진다”며 “장기 계약할 때 불의의 사고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위기관리 방안을 철저히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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