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흔들기 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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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눌려만 살아 온 백성이었기 때문에 그러했을까? 기차나 자동차를 타고 시골길을 지나노라면 꼬마녀석들이 주먹을 들어 욕을 하는 광경을 많이 볼 수 있다. 시골아이들은 그것을 『쑥떡 먹인다』고 한다. 낯선 여행자에게 무슨 사감이 있을 턱이 없다. 그런데도 어째서 그 순진하고 소박하다는 시골 애들이 그런 욕을 하는가? 개화기에 농토를 빼앗아갔던 기차나 그 자동차에의 반감 때문이었을까? 타지방인을 적대시하던 배타의식의 그 텃세였을까? 혹은 기차나 자동차를 타고 지나는 사람이면, 도중에서 내릴 수 없을 것이니, 마음놓고 욕을 해도 괜찮다는 그 심리의 반사작용일까?
어쨌든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자기 고장을 지나는 나그네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는 것도 향토애의 하나일 것이다. 시골에선 아직도 「텃세」라 해서 타지방 사람을 괄시하는 지방의식이 강하다. 그것은 자기 고장을 사랑하는 방법이 아니라, 오히려 고립케 하는 「마이너스」 향토애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 지방을 여행해 보면 기차나 자동차를 향해 「숙떡」을 먹이던 애들의 악습이 사라진 것 같다. 이제는 거꾸로 손을 흔들어 차에 탄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다. 애들은 어디에서나 귀여움을 받는다. 고사리같은 손을 흔들 때, 차 중의 어른들이 모른 체 할 수 없다. 차창가로 손을 내밀고 같이 손을 흔들어 준다.
작은 문제이지만 따뜻하고 평화로운 광경이다. 「쑥떡」을 먹고 불쾌해 했던 그 여행자들은, 이제 이름 모를 시골 애들의 환대 속에서 아름다운 그 지방의 풍경과 풍속을 가슴에 그려본다.
듣건대, 이것은 광주지방에서부터 일어난 운동이라고 한다. 작년 광주에서 「국체」가 열렸을 때, 외부에서 온 손님들을 환대하자는 의도에서 「손 흔들기」 운동을 벌였다는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바탕이 선량한 애들이라, 어른들이 하는 신생활 운동의 작심삼일과는 달리 완전한 성공을 거둔 모양이다. 지방 의식의 대립으로 전남북에서는 자기 고장의 「푸대접과 학대」에 투쟁한다는 대책위원회까지 생겼다. 가뜩이나 분단되어 손바닥만해진 나라에서 지방 차별이나 배타의식을 갖고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어른들도 「손 흔들기」 운동을 벌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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