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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성부리는 중공의 「문화 평가절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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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평의 10대 소년들은 「홍위대」라는 이름의 문화정풍 운동 감시반을 만들어 낡은 세대에 「선전포고」하는 벽보를 수 백만 장 붙이고 거리에서 긴 서양식 「스타일」의 머리와 좁은 흘태바지를 싹뚝싹뚝 자르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몇 개 안 남은 성당의 벽화는 먹물을 뒤집어쓰고 거리들도 「항구평화로」 「동방홍로」 같은 정치색 짙은 이름으로 개명을 했다. 복장간소화 운동으로 「스커트」와 뾰죽구두, 심지어 중국의 전통적인 의상까지 자취를 감추고 있을 때 연구실의 문인·예술가들은 중국의 옛 시인과 서양문호·악성들의 작품에 대한 「평가절하」작업으로 관자놀이 밑에 저마다 핏대를 세우고 있다.
「성의 과다」라고 낙인찍힌 「홍루몽」과 가극 「카르멘」이 단죄를 받고 나면 도연명이 도마에 오른다.
동편 울옆에서 국화꽃을 만지며
남쪽 먼산을 애타게 바라본다.
이 시는 유유자적과 탈속을 고취하는 「부르좌」 취미에 젖어있어 실격이라는 판정을 받는다. 적극적인 사랑을 가르치는 육유에게는 O·K 판정이 내렸다.
나는 이 목단을 열애한다
날마다 목단을 생각하며
비오고 바람불가 두렵다.
나는 천제에게 탄원서를 올려
태양이 목단을 보호토록 간청하련다.
요컨대 인간의 영혼에 미망을 불어넣고 숙명론과 나태심을 부채질하는 시는 그것이 아무리 명인대가의 것이라도 금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18∼19세기의 서구의 문학·예술작품에 대한 재평가는 더욱 철저하다.
「상해해방일보」는 『「셰익스피어」 영감이 다시 하계에 돌아온다면 자시의 업적이 중국 인민이 이룩한 업적에 비해 너무 초라한 데 대해 부끄러워 할 것이다』라고 깎아내린다. 「셰익스피어」는 상류사회의 「이데올로기」를 옹호했으며 특히 「오델로」 「로미오와 줄리엣」 「리어왕」은 현대의 독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수정주의자의 사고를 가진 자로 그의 「부활」과 「안나카레니나」의 가치는 전적으로 부인되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괴테」 「톨스토이」 「발자크」 같은 비판적 현실주의나 적극적인 낭만주의의 계보에 속한 가작의 가치는 인정하자고 주장한 주양은 이번 문예계의 정풍 바람에 숙청됐다.
「인민음악」지는 「베토벤」이 용감한 투사였지만 만년에 가서 평화를 기도하는 염불장이로 변하고 말았다고 통탄한다. 「드뷔시」 음악은 올바른 국민적 음악이라 할 수 없고 그와 같은 견해를 갖는 젊은이는 「부르좌」적 이상에 물들었다고 협박이다. 중공지도자들의 눈에는 어제의 가치와 오늘의 가치를 초월하여 영구적인 중국의 가치를 전하는 「영원의 중국」이란 존재하지 않으면 중공을 한 층 높은 차원에서 자본주의 세계와 화해시킬 수 있는 서방으로부터의 보편적인 가치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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