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소비자 고려 안 한 절뚝발이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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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소비자단체가 달라졌다.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품질을 감시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녹색소비자연대(녹소연)는 이달 28일 서울 성프란시스코 회관에서 경제민주화와 가계부채에 대한 포럼을 열고 대대적인 가계부채 줄이기 캠페인에 나선다. 소비자단체가 가계부채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달 12일 서울 효창동 녹소연 사무실에서 조윤미(47·사진) 공동대표를 만났다.

 - 소비자단체가 왜 가계부채 문제를 들고 나왔나.

 “가계부채를 단순히 개인이 돈을 빌리고 못 갚은 문제로 봐선 안 된다. 돈을 빌려야 하는 취약 계층일수록 정보가 부족하다. 이들이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금융을 ‘소비’하다가 가계부채가 생기는 것이다. 금융기관이 충분히 정보를 주지 않았는데 ‘열심히 잘 알아봤어야지’하고 소비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이 과연 옳은가.”

 -녹소연이 지향하는 ‘녹색경제’와는 별로 관련이 없는 것 같은데.

 “녹색경제를 이루려면 건강한 생태와 지속 가능한 사회가 동반돼야 한다. 지금처럼 양극화가 극심할 때는 계층 간 격차를 해소하는 경제민주화 문제를 우선 순위에 둘 수밖에 없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경제민주화를 표방했다.

 “방향 자체는 옳다. 하지만 기업의 소유 구조, 협력사와의 동반 성장 같은 문제만 다루고 있다. 기업 간의 관계가 변하면 제품의 가격과 서비스가 달라지게 되고, 결국은 소비자가 영향을 받는다. 지금 정책은 소비자라는 큰 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절뚝발이 경제민주화’다.”

 - 동네 빵집 살리기 정책 등도 그런가.

 “서울시와 함께 빵집 위생검사를 직접 다녀보니 동네 빵집들은 본사가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프랜차이즈점에 비해 상태가 좋지 않았다. 동네 빵집에 위생관리 상을 주고 싶어서 찾아봐도 적당한 곳이 없을 정도였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제도 역시 조악한 품질의 파이프 등이 쏟아져 나오는 부작용을 낳았다. 중소기업 제품이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져도 참고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기가 쉽지 않은데.

 “녹소연은 2008년부터 ‘생필품인 분유에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을 붙여 고가 정책을 쓰는 건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주장해 왔다. 드디어 지난달 매일유업이 가장 먼저 프리미엄 분유 라인을 없앴다. 분유 값이 좀 저렴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다른 업체들도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문성을 가지고 꾸준한 목소리를 내면 기업도 반응한다.”

 조 대표는 서울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 간호사 출신이다. 의약분업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운동에 뛰어들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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