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영화, 베를린도 거머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영화 ‘차일드스 포즈’로 올 베를린영화제 최고상을 받은 루마니아 칼린 피터 네처 감독이 금곰상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베를린 AP=뉴시스]

루마니아 영화의 힘이 또 다시 확인됐다. 칼린 피터 네처 감독의 ‘차일드스 포즈(Child’s Pose)’가 16일(현지시간) 제6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의 최우수작품상인 금곰상에 선정됐다.

 이 영화는 교도소에 갇힌 아들을 꺼내기 위해 온갖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렸다. 차우셰스쿠(1918~89) 전 대통령의 오랜 독재에 신음한 루마니아에 만연한 부패와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한 작품이다.

 루마니아 영화는 2000년대 중반부터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4개월, 3주 그리고 2일’(2007)과 ‘신의 소녀들’(2012)로 칸영화제에서 각각 황금종려상과 각본상을 받았던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이 대표적이다. 고(故) 크리스티안 네메스쿠 감독의 유작 ‘캘리포니아 드리밍’은 2007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그랑프리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루마니아의 영화 여건은 열악한 편이다. 한 해에 10~15편 정도 제작되고 있다. 그럼에도 강한 사회적 메시지와 풍자정신으로 국제영화제에서 잇단 성과를 올리고 있다. 오랜 독재 치하라는 정치적 상황에서 배태된 부조리한 사회와 인간의 어두운 속성을 스크린에 담아왔다.

 올 베를린영화제 2등상인 은곰상은 보스니아의 다니스 타노비치 감독이 연출한 ‘아이언 피커의 일생(영어명 An Episode in the Life of an Iron Picker)’에 돌아갔다. 유럽의 집시 가족이 겪는 지독한 가난을 그렸다. 이 영화에 출연한 나지프 무직은 남우주연상도 받았다.

 경쟁이 치열했던 여우주연상은 칠레 영화 ‘글로리아(Gloria)’에서 이혼 후 자유분방한 삶을 즐기는 60대 여성을 연기한 파울리나 가르시아가 차지했다.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경쟁 부문에 진출했던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수상에 실패했다.

임주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