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가 대선 좌우? 투표율 보니 90% 아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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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의 50대 투표율이 82% 수준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90%에 육박했다는 선거 당일 출구조사 예측과는 큰 차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14일 “이번 대선의 50대 투표율이 82% 정도로 나왔다”며 “방송사의 출구조사와는 많이 다른 결과”라고 밝혔다.

 선거 당일 KBS·MBC·SBS 등 지상파 3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50대 투표율은 89.9%로 예측됐지만 선관위가 18대 대선 유권자 4046만여 명의 약 10%인 400만여 명을 표본추출해 조사한 결과에선 7%포인트 이상 낮은 것으로 나왔다는 설명이다. 선관위는 빠르면 다음주 초에 연령별 투표율이 담긴 ‘18대 대통령선거 투표율 분석’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또 “60대 이상의 투표율은 80% 정도로, 중·장년층의 투표율이 오르긴 했지만 20~30대에 비해 크게 오르지는 않았다”며 “20~30대는 투표율이 최저 13%포인트에서 최고 25%포인트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2007년 17대 대선 당시 50대와 60대 이상 유권자는 투표율이 각각 76.6%, 76.3%였고, 20대와 30대 전·후반 투표율은 42.9%에서 58.5%였다. 이번 대선의 전체 투표율이 5년 전의 63%에 비해 12.8%포인트 오른 75.8%를 기록한 데에는 상대적으로 중·장년층보다 청년층의 투표율 상승이 기여한 부분이 더 크다는 뜻이다.

 대선 직후 “50대의 투표 응집력이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이끌었다”거나 “투표율이 높아지면 야당이 유리할 줄 알았는데 50대 이상이 대거 투표장에 나오면서 문재인 후보가 패했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하지만 선관위 투표율 분석 결과는 이 같은 분석이 사실과 다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2030세대에서도 박근혜 당선인이 적잖이 득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중·장년층의 투표율 상승폭은 크지 않았지만 인구고령화로 인한 유권자 수 증가가 선거 당락을 좌우했을 가능성은 있다. 2002년의 50대 이상 투표자 수는 829만여 명(50대 378만7053명, 60대 이상 450만2792명)이었다. 하지만 10년 뒤인 지난해 대선 때는 투표에 참여한 50대 이상이 1310만여 명(50대 637만여 명, 60대 이상 673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50대와 60대 이상의 투표율을 각각 82%와 80%로 봤을 때 유권자 수(50대 777만75명, 60대 이상 841만1094명)를 고려해 계산한 결과다. 50대 이상의 투표자 수 증가율(824만 명→1310만 명)은 전체 투표자 수 증가율 24%(2478만4963명→3072만1459명)의 두 배가 넘는 58% 수준이다. 50대 이상의 투표율 차이는 10년 전이나 지난해나 큰 차이가 없지만 인구고령화의 급속한 진행이 대선 결과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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