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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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엔저 공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일본 경제가 예상과 달리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해서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해 4분기의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0.4%(연율) 성장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이는 도쿄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0.4% 성장)를 한참 밑도는 결과다. 단 직전 분기인 3분기(-1.1%)보다는 나아졌다.

 일본 경제재정상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장관은 기자회견을 하고 “일본 경제가 바닥을 쳤는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영토 분쟁과 글로벌 시장 침체 탓에 수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수출은 전분기보다 3.7% 줄었다. 그 여파로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2.6% 줄었다. 반면에 민간 소비가 0.4% 늘었고, 오랜 세월 일본 경제를 괴롭힌 주택시장의 투자(신규주택 건설)가 3.5% 증가했다.

 일본 종합무역상사인 이토추의 마루야마 요시마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가 본격적인 수출 증가 효과로 나타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본격화한 엔화 약세가 그해 4분기 경제 성적표엔 반영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의 엔저 공세가 수그러들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아마리 장관은 “올 회계연도까지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1%로 끌어올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양적 완화(QE)를 통한 엔화 가치 하락을 유도해 성장 엔진인 수출을 되살리는 정책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얘기다.

 이날 도쿄 주가는 오름세였다. 닛케이225는 전날보다 0.5% 올라 1만1307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 달러와 견준 엔화 가치는 최근 오름세에서 내림세로 돌아섰다. 달러당 93.47엔 선에 거래됐다. 예상 밖 G쇼크(성장률 충격)인데도 도쿄 주가는 오르고 엔화 가치는 떨어진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아베 내각이 선진 7개국(G7)과 주요 20개국(G20)의 반발에도 통화 완화를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12일 G7이 환율조작 반대를 천명한 이후 엔화 가치는 이틀 연속 올랐다. 시장 전문가들은 16일 끝나는 러시아 G20 회의에서 한결 강도 높은 성명이 나올 것으로 보고 당분간 엔화 가치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근거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양적 완화 정책을 쓰는 것뿐’이라고 항변할 수 있게 됐다. 아베 총리가 3월 19일 물러날 시라카와 마사아키(川方明) 일본은행(BOJ) 총재 후임으로 양적 완화를 강력히 추진할 만한 인물을 내세울 가능성도 커졌다.

 영국계 금융그룹인 바클레이스의 일본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모리타 교헤이는 “일본은행이 좀 더 강력한 양적 완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며 “오는 4~5월께 추가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추가 대책은 바로 무기한 국채매입(양적 완화)을 조기 실시하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내년부터 무기한 자산매입에 뛰어들기로 했다. 올해 말까지는 101조 엔 한도 안에서 국채를 사들이는 기존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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