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흔들리는 한반도 비핵화 목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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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의 3차 핵실험은 핵무기 실전배치 단계에 성큼 다가섰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펼쳐 온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사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해 왔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비핵화 노력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와 국제사회가 추구해 온 ‘한반도 비핵화’ 목표는 과연 현실성이 있는가.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현 시점에서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20여 년에 걸친 비핵화 노력은 사실상 폐기되기 직전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런 상황의 1차적 책임은 강한 핵무기 보유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 북한에 있다. 그러나 북한의 그런 의지를 접도록 설득하거나 강제하지 못한 국제사회도 함께 책임져야 할 상황이다.

 우선 북한의 비핵화를 외교적으로 막으려는 노력이 사실상 파탄이 난 가장 큰 이유는 널리 알려진 대로 중국에 있다.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이라는 목표가 더 중요하다며 ‘한반도 비핵화’의 실현을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미국과 경쟁하는 대국으로서 패권을 유지·확대하기 위해 북한의 핵무장을 사실상 방치해 온 셈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 뒤에도 중국의 태도는 여전히 모호하다.

 미국도 북한의 비핵화를 사실상 포기한 느낌이다. 북한이 핵무장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중국이 협조하지 않는 한 군사적 방법 이외에 비핵화를 달성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군사적 해결 방안은 미국은 물론 우리와 동북아시아 전체에 감당할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차라리 비핵화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선 북한이 핵을 제3국이나 테러집단에 이전하는 것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정책 목표를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직접적 위협을 받게 되는 한국으로선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독자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시킬 능력은 사실상 없다. 그렇다면 한국으로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결국 한반도 비핵화의 목표를 우리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자위를 위해 우리도 북한처럼 핵무장을 해야 하는가. 핵우산을 제공하는 미국은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북한의 핵 공격 위협 앞에서 우리를 최후까지 지켜줄 것인가.

 북한의 3차 핵실험은 국가로서 한국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사람들은 ‘실존적(實存的) 고민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가 도저히 달성이 불가능한 것이라는 최종 판단이 내려지면 한국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진정 국제사회는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방기(放棄)할 수밖에 없는가. 우리에겐 국제사회에 만연한 패배주의를 차단해 북한의 비핵화를 새롭게 추동할 여력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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