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드러낸 IT 기술유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럽형 휴대전화 핵심기술을 중국기업에 빼돌린혐의로 적발된 벤처기업 임직원들은 최근 국내 정보통신(IT) 분야의 기술유출 현실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특히 중국은 우리나라와의 IT분야 기술격차가 5년이 안될 정도로 급속한 성장을거듭하면서 강력한 경쟁 상대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M사의 기술유출에 연루된 K사는 중국의 공기업으로 M사와 삼성전자 등으로부터휴대전화 단말기 등 통신기기를 수입해 중국에 공급하는 대표적 기업. 이에 따라 검찰은 K사가 기업 이미지 관리를 위해 직접 기술을 빼내기 보다는국내에 E사를 설립한 뒤 M사의 영업 및 기술인력을 영입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보고있다.

K사는 E사의 지분 50%를 실제 보유하고 있으며, 외형상 지분 점유율은 무려 80%에 달해 E사는 사실상 K사의 자회사나 다름 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E사로 이직한 M사 직원들은 승급과 주식배분, 연봉 인상 등을 보장받고 영입되면서도 중국기업이 아닌 국내기업으로 옮겨간다고 생각해 기술유출에 대해 별다른죄의식을 느끼지 못한 것 같다고 검찰은 말했다.

K사 등은 M사가 채무구조 악화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상태여서 직원들의 심리가불안하다는 점을 이용, 안정적이고 유리한 고용조건을 제시해 핵심 인력을 빼내는데성공했다는 것. M사에서 유출된 유럽형 이동통신 방식(GSM) 기술은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와함께 휴대전화의 양대 방식 중 하나인 TDMA(시분할 다중접속) 방식. 검찰은 M사가 두가지 형태의 주파수를 채용하는 `듀얼밴드' 시스템 개발을 위해3년간 330억여원의 연구.개발비를 들였다는 점에서 이번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5년전부터 반도체, 전자, 이동통신 등 IT산업을 국가정책 산업으로 선정,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며 "따라서 IT분야의 기술유출은 결국 국부(國富) 손실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