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한국축구, 멀티포지션 도입 긍정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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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히딩크 감독은 지난 1월 한국축구대표팀을 맡은 뒤 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멀티 포지션' 또는 '멀티 플레이어'라는 개념을 자주 사용했다.

선수라면 특정 포지션 뿐만 아니라 2-3개 정도의 포지션은 능히 소화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이 개념을 놓고 한국축구의 현실이나 선수의 기량을 감안하지 않은 발상이라는 여론이 팽배했었다.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본선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는 선수들이 자기 포지션에서 익힌 장점을 극대화시켜 조속히 포지션별 베스트 멤버를 확정해야 한다는 것. 지난 5월 30일 컨페드레이션스컵대회 프랑스전과 8월 15일 체코전에서 0-5 참패가 이어지면서 이같은 원인이 잦은 포지션 변경에 때문에 선수들이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지 못하는 용병술에 있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하지만 히딩크감독은 '멀티 포지션'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지난 달 세네갈,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은 포지션을 9일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다시 정비했다.

홍명보를 대신할 센터백으로 평가받았던 송종국은 이날 오른쪽 미드필더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적격이라던 유상철과 박지성은 각각 센터백과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바꾸는 의외의 선발 출장이었다.

이들은 제 몫을 훌륭히 해냈고 토털사커의 원조인 네덜란드 출신 히딩크 감독으로서는 선수들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해 내야만이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주장을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 경기를 펼쳤다.

신문선 SBS해설위원은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한국선수들은 어떤 포지션을 맡더라도 능히 소화해 낼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이 이날 경기후 "일부 선수들은 기량에서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밝혔듯이 아직까지 모든 선수들이 멀티 포지션을 소화해 낼 수준까지 기량이 향상됐다고는 볼 수 없다.

이제 6개월이 남지 않은 월드컵 본선에서 히딩크 감독이 자신의 색깔에 맞는 플레이를 선보이기 위해 선수들을 조련하고 선수들도 기존 포지션의 틀을 깨는 기량을 그라운드에서 보여 주기를 축구팬들은 고대하고 있다. (서귀포=연합뉴스) 최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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