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젊은 피로 물갈이 '속도축구' 새 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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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지 꼭 1년이 지났다. 내년 5월 31일 개막하는 월드컵 본선까지는 6개월도 남지 않았다.

많은 선수가 대표팀을 들락거리며 너무 오래 테스트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지만 후반기에 접어들며 수비가 안정되고 '속도 축구'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전술 이해도도 높아졌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올해 모두 여덟차례 소집된 대표팀은 컨페더레이션스컵 등 4개의 국제대회를 포함, 모두 17차례의 A매치를 치러 8승4무5패의 만족할 만한 '작황'을 남겼다.

지난 1월 홍콩 칼스버그컵 출전으로 월드컵 본선 16강을 염원하는 국내 축구팬들과 전문가들에게 첫선을 보인 히딩크 감독의 용병술은 경기를 거듭하며 대표팀에 뿌리를 내렸다. 2월 두바이 4개국 대회에서 준우승한 후 4월 LG컵 이집트 4개국 대회에서는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컨페드레이션스컵 프랑스전과 8월 체코와의 원정 평가전에서 잇따라 0-5로 대패하며 시련을 맞기도 했지만, 다양한 수비 포메이션 실험 끝에 세명의 최종 수비를 나란히 세우는 '스리백' 구도가 틀을 잡은 지난달 세네갈전 이후는 수비 조직력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빠른 스피드를 90분간 가동할 수 있는 젊은 선수를 원하는 히딩크 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대표팀을 거쳐간 58명의 명암이 엇갈렸다.

홍명보·윤정환·하석주·고종수·박성배 등은 기동력·체력·수비 가담 등의 기준에서 탈락,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본선 멤버를 90% 이상 확정했다"고 공언하는 요즘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반면 1998년 네덜란드 대표팀의 왼쪽 날개 오베르마스를 연상시키는 송종국·박지성·이영표·이천수·최태욱 등 체구는 크지 않지만 빠르고 젊은 선수들이 '노장'들을 대신해 대표팀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았다.

이변이 없는 한 히딩크 감독은 기본 수비 포메이션을 스리백으로 삼고 요소마다 박힌 젊은 선수들의 스피드와 기동력을 적절히 활용, 유럽의 덩치 큰 선수들을 요리할 생각이다. 10일 해산, 짧은 겨울방학에 들어간 대표팀은 내년 1월 6일 다시 만나 18일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북중미 골드컵에서 본격적인 전력 조율에 들어간다.

3월에는 유럽 전지훈련, 4월 중순 제주도에서 한달간 합숙훈련, 5월 26일 프랑스와 평가전 등을 통해 최종 컨디션을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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