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공사, 하나은행 주식 투자해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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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산하 기관인 국제금융공사(IFC)가 환란 직후인 1998년 6월 하나은행에 투자해 떼돈을 벌었다.

한국이 1996년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들어가자 개발도상국에만 투자할 수 있다며 한국을 떠난 IFC가 환란 틈을 비집고 들어와 '고(高)위험 고(高)수익' 투자에 성공한 것이다.

IFC는 지난 7일 갖고 있던 하나은행 해외 전환사채(CB) 4백20억여원어치 전량을 주당 6천2백36원에 6백74만여주로 바꿨다. IFC는 전환주식이 오는 14일 상장되면 언제든지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 10일 종가(1만3천9백50원)로 처분할 경우 5백20억원(원금의 1백24%)의 차익을 낼 수 있다.

IFC가 당시 주당 5천7백50원에 사들인 4백56만주의 평가차익 3백74억원까지 합치면 하나은행에 투자해 번 돈만 8백94억원(원금의 1백31%)에 이른다. 투자 당시 환율이 달러당 1천4백원대에서 1천2백원대로 떨어져 생긴 환차익까지 감안하면 원금의 1백50% 이상을 남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은행도 IFC의 이런 고수익에 불만이 없다. 외자 유치를 성사시켜 신인도를 올렸고, IFC가 전한 선진 기법을 활용해 남이 못보는 부실 여신을 미리 솎아내 손실을 줄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IFC가 발행한 지 4년이 다 돼 자기자본 구실을 못하는 CB를 주식으로 바꾼 것도 하나은행에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올려 득이 된다는 것이다.

IFC는 하나은행 외에도 하림.굿모닝증권.대창공업.일진전기.신무림제지.옛 장기신용은행 등에 투자했는데 모두 짭짤한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허귀식 기자 ksl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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