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일본경제 완전회복, 10년 더 걸린다"

중앙일보

입력

일본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최장 10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미국의 일본경제 전문가가 9일 내다봤다.

뉴욕에서 나오는 월간 뉴스레터인 더 오리엔탈 이코노미스트(TOE)의 편집장인 리처드 카츠는 TOE를 발행하는 도요 게이자이가 이날 도쿄에서 마련한 모임에 참석해 "일본이 안고 있는 문제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설사 지금 (개혁을) 제대로 하더라도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는데) 최소한 5년이 걸릴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일본이 20세기의 마지막 10년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이렇게 됐다"고 지적했다.

카츠는 "개혁을 둘러싼 지지-반대 세력간 다툼이 심각할 것"이라면서 "지금은 저항하는 쪽이 득세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15 라운드 게임에서 이제 불과 2 라운드가 끝난 셈"이라면서 과거 "중국이 마오쩌둥(毛澤東)에서 덩샤오핑(鄧小平) 시대로 넘어가는 것 만큼이나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지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기술적인 경제 침체'에 빠진 상태다.

선진국 가운데 스위스, 스웨덴 및 핀란드도 지난 90년대초 금융 위기에 빠지면서 2차대전 후 가장 심각하게 경제가 악화됐으나 완전히 회복하는데 일본의 경우 예상되는 것처럼 10년이란 세월이 소요되지는 않았다고 카츠는 강조했다.

그는 일본도 금융 쪽에서 유일하게 확고한 구조 개혁이 이뤄지고는 있으나 다른부문이 저조해 효과가 상쇄된 상태라면서 "한걸음 전진하고 세걸음을 후퇴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카츠는 이 때문에 일각에서 일본을 "금융사회주의" 국가로 부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카츠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공여한 공적 자금은 지난 65년 16%에서 최근 35%로 급증했으며 정부가 투자한 금융기관에서 제공한 비율도 이 기간 16%에서 45%로 크게 늘어났다. 그는 `제로금리' 정책으로 인해 "약삭빠른 기업들이 생존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금융 감독기관인 일본 금융청이 은행들로 하여금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을 회수하기 보다는 이들을 더 지원토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업 인수.합병(M&A)이 통상적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부실 기업을 퇴출시키는 수단이 돼왔으나 일본의 경우 예외라면서 한 예로 기업 전입.퇴출 비율이 선진 7개국(G7)에서 가장 낮은 약 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경우 이비율이 16%며 영국은 25%가 넘는 것으로 설명됐다. 카츠는 지난 99년 이후 일본에서는 4개의 독점 은행이 출범하는 등 "M&A가 오히려 개혁의 장애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츠는 몇 안되는 일본 경제의 희망 가운데 하나가 외국자본 진출 확대라면서 이것이 일본경제 회복에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자 유입이 이런 추세로 이어지면 일본이 7년 안에 "국제적인 수준"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일본의 공적.사적 연기금에 투자된 외국 자금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면서 지난 87년 1% 수준에 불과하던 것이 2003년까지 공적 연기금의 경우 20% 이상, 사적 연기금은 그 비율이 17%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츠는 "이처럼 외국 자금이 늘어나는 것이 기업개혁 압력을 가중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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