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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로는 미래 없다, 이젠 I&D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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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홍대순
ADL코리아 대표

역사적으로 볼 때 한 국가의 과학기술 발전 전략은 국가 경제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해 왔다. 미국의 토머스 제퍼슨, 중국의 강희제와 같은 국가 지도자들이 과학기술에 대해 얼마나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갖고 있는지가 한 국가의 과학기술 발전에 매우 중요한 원천이 될 수 있다. 이는 세계 역사 속의 교훈을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다. 최근 국가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등 국가적 어젠다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러한 국가적 어젠다를 헤쳐 나가는 중요한 돌파구 중 하나가 다름 아닌 과학기술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만큼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 과학기술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1000조원에 이르고, 정부예산 지출로는 연간 325조원이 집행된다. 이 중에서 연구개발(R&D)을 위한 예산은 16조원이 책정되고 있는데, GDP 대비 R&D 예산 비중은 전 세계 상위권 수준이다. 16조원은 대한민국 근로소득자 약 450만 명이 연간 소득세로 정부에 납부한 세금 액수와 동일한 규모다. 정부 R&D 예산 16조원을 하루 단위로 환산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매일 정부 R&D 예산으로 약 450억원을 집행하고 있는 셈이다. 가히 어마어마한 액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우리는 정부 R&D 예산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대한민국 경제에 매우 중요한 문제다. “현재의 R&D 예산 운영체제로 미래에 승부를 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요”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현재의 R&D 예산 운영체제를 너무 격하하지 않았으면 한다. 과거로부터 현재의 대한민국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그 역할은 어느 정도 해 주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R&D 예산 운영체제에서는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 우선 R&D의 철학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흔히 사용하는 R&D(Research & Development)라는 단어도 이제는 세상을 상상하고 구현하는 I&D(Imagination & Development) 개념으로 전환돼야 한다. 왜냐하면 기술개발 그 자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이제는 ‘상상’이어서다. ‘누가 무한상상 과정 속에서 근사한 상상을 구현하느냐’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이제부터는 무한상상 국가로 탈바꿈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무한상상 국가를 지향하는 새로운 R&D 운영체제가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연구주체 또한 국내 과학기술자만이 아닌 해외 과학기술자, 그리고 더 나아가 인문·사회 분야의 다양한 사람이 연구기획 등을 비롯한 다양한 R&D 단계에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수행 주체자의 구성이 180도 달라져야 할 것이란 얘기다.

 이뿐이 아니다. 예산 출처도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정부 돈만이 아닌 해외의 다양한 자금이 유입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 R&D 투자를 통해 기업의 R&D 투자를 대폭 유발하고, 해외 자금이 유입되는 선순환 파급효과를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그야말로 새로운 그릇으로 환골탈태할 필요성이 있다.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그릇을 만드는 데 절호의 기회이자, 대한민국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에 앞서 매우 중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정부 R&D 예산 16조원을 제대로 활용하면 우선 기업의 성장과 고용 창출로 이어질 것이고 정부로서는 법인세·부가세, 소득세의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세수입이 늘어나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16조원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정부재정 수입구조의 건전성을 더욱 늘릴 수 있다. 아울러 정부 재정지출의 효율성 또한 증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 중에 누군가는 325조원과 16조원을 대한민국 전체 그림 속에서 들여다보고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또 차기 정부에서 이러한 업무가 반드시 수행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대한민국은 무한상상 국가로 다시 한 번 거듭날 수 있을 것이며,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홍 대 순 ADL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