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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표의 왜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보도된 바에 의하면 한국은행은 물가지수를 비롯한 각종 경제지표를 경제기획원과의 사전협의 때문에 종래의 관례를 깨고 작성되는 대로 편의에 맞게 발표하지를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한 협의과정에서 통계의 진실성이 크게 왜곡되고 그것으로 인해서 통계의 효용성을 저해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한은내부는 물론 세간에서도 널리 논란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비정상적인 통계의 봉쇄와 진실성의 왜곡은 국민경제의 정상적인 운행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러운 것이며 만일 그것이 기개 정책당국자의 실패를 호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행되고 있다면 더욱 통탄할 노릇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가 자본주의경제체제를 기저로하여 경제를 운영하고자 하는한 정부와 국민이 호흡을 같이 할 수 없으면 제아무리 훌륭한 정책일지라도 그 소기한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며, 이에 일반적인 경제정보가 정부의 독점물이 되거나 정치적 계산에 의해서 왜곡될 수는 없는 일이다.
오늘날과 같이 통계가 모든 정책의 기초가 될 뿐 아니라 모든 기업의 경영정책의 방향과 그 성과를 좌우하는 전제조건이 되어있는 과학시대에, 정부가 통계의 정확성과 신속성, 그리고 그 효용성과 지속성을 높이기 위하여 과감히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이를 고의적으로 왜곡시키거나 그 효용성을 낮추도록 압력을 가한다는 것은 시대착오도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진실성이 없는 통계를 가지고 어떻게 경제개발계획을 합리적으로 성안할 수 있을 것이며 신속성과 효용성이 없는 통계를 가지고 어떻게 정책효과를 평가하여 파탄이 오기전에 정책상의 허점을 보완 수정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이와 마찬가지로 신빙성 없는 경제지표에 의거하여 어떻게 기업을 경영할 수 있으며 그러한 지표를 믿고 경영한 결과로 파생되는 갖가지의 실패와 차질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할 것인가.
통계가 그 효용성을 발휘할 수 없게 뒤늦게 발표된다면 그야말로 경제적 암흑시대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이는 결국 보다 더 큰 파탄요인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간혹 경제지표가 정책당국자의 개인적 입장을 곤란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공인으로서의 양심을 가졌다면 감히 그러한 일을 감행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정책당국자가 정책의 과학적인 체계를 존중하는한 객관적인 지표의 발표를 기피할 이유는 추호도 없다. 오히려 진실되고 신속히 파악된 지표에 의거하여 탄력적으로 정책을 운영하여갈 때 국민경제는 보다 정상적으로 운행될 수 있을 것이며 이로써 떳떳하게 정부는 국민의 신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문제의 시각을 위와 같은데 둔다면 통계법시행령의 개정 등으로 통계를 왜곡시키거나 그 발표를 지연시키는 따위의 시대착오적인 어떠한 규제도 그것은 시급히 배제되어야 할 것이며 오히려 모든 경제지표의 진실성과 신속성을 제고시킬 수 있도록 정부는 각종 통계기관을 고무하고 적극 지원함으로써 그 독립성과 객관성을 보장하도록 강구하여야 마땅할 것이다.
위와 같이 통계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전환되어 정확하고 신속한 경제지표가 마련될 수 있어야만 그를 기준으로한 정부와 국민간의 토론이 가능할 것이며, 그러한 상호규제가 있어야만 보다 훌륭한 정책이 수립되고 그 성과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모든 국민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민주적인 경제정책의 운영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통계에 대한 올바른 재확인을 거듭 촉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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