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당의 전당 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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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중당은 19에 열렸던 동당 제2차 전당 대회에서 당의 최고기구로 21인 운영위제를 채택하였으며 당대표인 운영회의 의장에는 박순천씨를 다시 추대하고, 부의장에는 유진산씨를 선출했다. 그리고 전당 대회는 현정권을 규탄하는 일연의 결의문을 채택하고 야당의 단일 대통령 후보 옹립을 위한 당내 기구를 설치할 것도 아울러 결정했다고 들린다.
지난해의 한·일 협정 비준 파동에서 강경파가 이탈한 후 처음 열린 이번의 전당 대회는 재야 세력의 규합을 위한 당 지도설의 전면적인 경질과 당의 체질 개선을 공약하고 열렸던 대회였다. 그러나 그 결과를 보면 종전의 삼원제 지도 체제 대신에 당무회의 위에 21인 운영 위원 회의를 두는 삼원제 지도 기구로 당헌을 개정함에 그쳤고, 박씨의 당수 유임을 비롯해서 동당의 지도층은 대체로 종전의 그것과 동일한 인물들이 그대로 남게 되었다. 민중당과의 합류를 성명 했던 재야 인사들은 총 사퇴까지 선언했던 종래의 민중당 지도층이 전당 대회에서 모두 그대로 당 요직에 복귀되는 것을 보고 크게 반발을 표시하여 예정됐던 합류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이르렀다.
이로써 재야 세력을 규합하여 당세를 크게 확장하려던 동당의 계획은 좌절되고 말았으며 전당 대회를 통해서 그나마 달라진 점이 있다고 한다면 동당의 실력자로 알려졌던 유씨가 명실상부한 동당의 「넘버·투·맨」의 지위를 확보하게 된 것뿐이다.
민중당의 지도층 개편은 작년 10월 「지도 노선의 오도」를 자인하고 소속 의원들이 원내에 복귀할 때부터의 숙제였으며, 또한 재야 세력이 민중당 합류에 앞서 내세웠던 중요 조건의 하나였다. 따라서 민중당이 지도층을 개편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지도 노선의 오도」에 대해서 지도층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증좌인 동시에, 앞으로도 재야 세력과의 합류에 외면하고 문호를 계속 폐쇄해도 좋다는 의사를 대외적으로 밝힌 것이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민중당과 재야 세력과의 합류, 그리고 그것을 통한 동당의 체질 개선이 야당의 대동 단결을 희구하여 온 국민의 한가닥 기대였다고 한다면, 이러한 국민적 기대를 스스로 저버린 민중당 전당 대회의 처사야말로 유감천만이라고 평하지 않을 수 없다.
민중당이 지도 기구를 종내외 삼원제에서 삼원 제도 개편했다는 것은 당의 운영 제도에 있어서 약간의 개선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개선의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은 당의 최고기구인 운영 회의가 21명이라는 다수의 위원으로 구성되도록 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당의 핵심적인 중앙 지도 기구를 이처럼 많은 인원으로써 구성하였다는 것은 민중당내에 여러 갈래의 파벌이 있고, 또 그 파벌들 사이의 세력 균형을 유지할 수 있어야만 간신히 동당의 분열 와해를 피할 수 있다는 딱한 사정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민주적인 기반과 지도력의 고도의 집중에 의해서만 당내 위계 질서가 확립될 수 있고 이것을 배경으로 해서만 비로소 강력한 대여 투쟁 태세를 갖출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민중당의 운영 기구는 그 개편에도 불구하고 당 조직의 취약성을 의구하게 노출시키고있다 할 것이다. 이점은 비단 민중당에 한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재야 정당은 모두 강력한 조직적 투쟁을 전개하기 위해서 당 운영 기구의 고도한 민주적 집중제를 지향해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
끝으로 민중당이 대통령 후보를 지명치 않았음은 물론 심지어 후보에 관한 「이미지」조차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은 동당의 인물난을 여실히 반영하는 동시에, 동당이 국회의원 선거에만 치중하는 변질 타락 된 대여 투쟁에 기울어지지 않나 하는 인상을 짙게 한다. 우리는 동당이 단일 대통령 후보를 추진하건, 또는 추진하지 않건 간에, 민중당으로서의 후보 지명의 윤곽이나마 결정하고 그것을 국민 앞에 공개하여 두는 것이 야당이 택해야할 정당한 자세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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