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의사 리베이트 자정 선언, 이제는 실천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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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신성식
사회부문 선임기자

의사들이 약품 처방을 대가로 더 이상 뒷돈(리베이트)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개업의(동네의원)들이 주축이 된 의사협회뿐만 아니라 대학교수나 종합병원 의사들이 주로 활동하는 의학회가 나선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기자회견장에서 노환규 의협 회장 옆에 앉은 김동익 의학회장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뢰를 느끼게 한다.

 그동안 의사들은 리베이트를 정당화해 왔다. 2011년 보건 관련 13개 단체가 리베이트 근절 선언을 하는 자리에 의사협회는 참여하지 않았다. 심지어 리베이트가 휴대전화를 살 때 할인받는 시장거래와 다름없지 않느냐는 주장까지 했다. 최근에는 의사들이 동아제약 영업 사원용 강의 동영상 제작 대가를 받은 것을 두고 검찰이 신종 리베이트로 규정하자 동아제약을 비난하고 일부에서 불매운동을 하려 했다. CJ한테서 법인카드를 받아 쓴 것은 더 큰 비난을 받았다.

 의사들의 자정선언은 이런 분위기에 떠밀린 감이 없지 않다. 사전에 회원들의 뜻을 충분히 모으지 않고 갑작스레 나온 게 아쉽기는 하다. 그렇다고 자정선언의 의미가 줄지는 않는다. 이러한 자기 고백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엘리트 집단이다. 노 회장의 말대로 리베이트는 의사의 명예와 자존심을 떨어뜨리고 국민들의 신뢰를 앗아가는 부도덕한 행위다.

 자정선언 소식이 알려지자 의사 사회 내부에서 반발이 있는 것 같다. 노 회장과 김 회장은 이제부터라도 회원들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회원들의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2001년 ‘진료비 부당청구 자정선언’처럼 공수표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이러면 의사들은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한다.

 자정선언 이후에도 리베이트 잡음은 계속 불거져 나올 것이다. 뿌리 깊은 리베이트 문화가 하루아침에 없어지긴 힘들다. 의료계는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 진가를 보여줘야 한다. 의협 윤리위원회에서 경중을 따져 엄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회원자격 정지는 물론이고 필요할 경우 정부에 의사면허정지 처분을 요청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성을 인정받는다.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를 처벌하는 쌍벌제 폐지 주장은 적합하지 않다.

 정부도 의사를 뒷받침하는 게 맞다. “진료 수가가 낮아 리베이트로 적자를 메운다”는 노 회장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리베이트 없이 적정 진료를 하면 적정 이윤이 보장되는 시스템이 정상이다.

신 성 식 사회부문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