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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과도 같은 그 음향 추종을 불허하는 표현-「루빈슈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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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루빈슈타인」은 「열정」의 도입부연주를 시작한지 네 소절이 채 못되어 이미 청중을 매혹시키고 말았다. 마력과도 같은 그 음향, 음악의 화신과도 같은 그 특이한 용모,「레코드」에 의해서 귀로만 들었던 「루빈슈타인」은 16일 밤 장마 속에 이대강당으로 모인 4천 관중 앞에서 80평생을 두고 적집한 「피아노」음악의 정수를 들려준 것이다.
「베토벤」의 「소정」을 그처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도 있었던가. 그는 확실히 아무도 추궁 못할 독자적인 표현의 세계를 지니고 있었다.
이것은 마치 이브의 음악과 그의 특성이 너무나 특출한 것이었기 때문에 후계자 없이 당대에서 끝난 것처럼-너무나 입신의 경지를 걷는 명 인기. 그저 가슴으로 육박해오는 격렬한 음향으로 해서 어쩔 수 없이 강요당하는 감동이 있을 뿐이다.
「프로그램」의 제1부는 「베토밴」의 「열정」과 「슈만」의 「골육제」, 이 두 작품은 표제적인 의미에서도 그렇지만 성격면에서 비슷한 경향의 작품이다.
그는 고전의 순수성에서 한숨 쉬었다가 「피아노」의 기교가 집약된 「슈만」의 「골육제」에서 관현악적인 색채 짙은 이 곡을 보라색으로 채색해놓는다.
그러나 그의 연기는 제2부에서 발휘된다. 「드비시」의 「물의정」, 이 곡은 마치 물방울이 튀기는 것 같은 분산화음에서 황홀경으로 몰아 넣는다. 전반을 더듬는 날쌘 「알페지오」의의 어느 한음이라도 여분의 「액센트」로 결코 얼룩지는 일이 없다. 그만큼 그의 열 손가락은 역학적인 계산으로 균형 잡혀있다.
다음은 「쇼팽」의 「발라드 1번」, 기계적인 「테크닉」만으로는 해결 안되는 것이 「쇼팽」이라면 「쇼팽」의 음악만큼 재현의 창조성을 필요로 하는 작품도 없다.
무의 「터치」와 「패들링」을 유심히 살펴본 사람이면 짐작이 가지만, 그의 「루바토」는 놀랍다.
아뭏든 우리는 세기의 「피아니스트」를 대하고 위대한 연주를 들었다. 「루빈슈타인」은 영애 「아리나」양과 함께 17일 낮 「홍콩」으로 떠났다.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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