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중국 경제 대장정] 세계 가전생산량중 중국산 비율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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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의 에어컨 두대중 한대(50%)는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TV는 세대중 한대(36%), 세탁기는 네대중 한대(24%)가 중국산이다.

세계의 가전공장으로 올라선 중국은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생산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데 이어 소비부문에서도 미국에 이어 2위자리를 굳혔다.

이런 괄목할 성적을 중국은 불과 10년만에 이뤄냈다. 1990년 이전까지 중국의 가전산업은 몇백개의 중소기업이 선풍기.흑백TV 등 싸구려 제품을 만들어내는 수준이었다.

당시 수출액도 2억4천만달러에 불과했다.그러던 것이 지난해엔 55억달러어치를 수출해 10년새 20배넘게 급성장했다. 수출품목도 에어컨.냉장고.컬러TV.전자레인지 등으로 고급화했다.

90년대이후 중국 가전산업의 급성장은 소비시장의 급팽창과 맞물린다. 개혁.개방으로 중국의 소비능력이 커지면서 가전기업의 경쟁속 성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시장이 커지자 기업들은 생산규모를 늘렸고 이익도 커졌다. 늘어난 이익으로 품질개선.신제품 개발이 가능해졌고 여기서 성공한 기업은 대기업화했다.

90년대 후반부터는 하이얼(海爾).창훙(長虹)등 10대기업이 품목별로 중국 가전시장의 50~70%를 차지하며 대기업 과점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종합가전보다는 특정기업이 특정 품목을 집중 생산하는 방식이다.

중국 가전업계의 고민은 과당경쟁과 공급과잉이다. 컬러TV는 생산능력이 판매량의 1.7배, 에어컨은 3배가 넘는다. 과잉설비는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이어져 중국업체간 생존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 가전기업들의 중국행도 최근 두드러진다. 중국 가전업체가 아직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고급품 시장이 주 타켓이다.

실제 최근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도시의 냉장고 판매에서 지멘스.삼성 등 해외 고급브랜드 점유율이 28.1%를 기록했다. 중국 거란스의 중저가 전자레인지의 공세를 뚫고 LG전자의 고급 전자레인지는 98년이래 1백만대 이상 꾸준히 팔리고 있다.

중저가 제품으로 세계를 휩쓴 중국 가전기업들이 막상 자기나라 소비자의 눈높이를 못맞춰 외국산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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