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영향 적은 종목 어디 없나 기관, 한전·SKT 러브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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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주식 시장이 환율 몸살을 앓고 있다. 증권사들이 내놓는 기업 이익 추정치들이 자꾸 내려간다. 원화 가치 상승이 수출 물량과 이익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걱정 때문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웃는 기업들이 있다. 올해 1분기 이익 추정치가 늘어난 회사들이다. 올 1월 한 달간 국내 기관들은 이런 기업 주식을 많이 사들였다. 주가도 상당 폭 올랐다. 중앙일보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의뢰해 최근 1개월 동안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추정액 평균값이 많이 늘어난 기업들의 매매와 주가 변동을 살펴본 결과다. 조사는 최소한 3개 증권사가 경영 실적 전망을 내놓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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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정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한국전력이었다. 지난해 말 증권사들이 예측한 한전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7598억원. 하지만 이 수치는 최근 9924억원으로 31% 상향 조정됐다. 지난달 14일부터 전기요금을 4% 올린 게 주된 요인이다. 이뿐 아니다. 현대증권 김대성 연구원은 “발전연료인 석유·가스·석탄 가격이 국제적인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원화 가치가 오르면서 연료 수입가가 줄어든 것 또한 한전의 이익 안정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1월 한 달 동안 국내 기관이 약 18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주가는 같은 기간 3만450원에서 3만2400원으로 6.4% 올랐다.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14.4% 상향 조정)과 LG유플러스(9.2%)도 이익 전망치가 많이 올라간 종목이다. 스마트폰 보조금 과다 지급에 따른 영업정지가 되레 약이 됐다. 동양증권 최남곤 연구원은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포화 시장에서 서로 영역 빼앗기 경쟁을 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영업정지에 따른 마케팅 비용 감소가 오히려 이익을 늘려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한 달 동안 기관들은 SK텔레콤을 1355억원, LG유플러스는 516억원 순매수했으며, SK텔레콤 주가는 9.8%, LG텔레콤은 4.4% 상승했다.

 국내 기관들은 영업이익 추정치가 개선된 기업들을 잇따라 사들이는 반면, 외국인들은 둔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1월에 외국인들은 한전을 92억원 순매수하는 데 그쳤고 SK텔레콤은 914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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