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이 환율 몸살을 앓고 있다. 증권사들이 내놓는 기업 이익 추정치들이 자꾸 내려간다. 원화 가치 상승이 수출 물량과 이익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걱정 때문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웃는 기업들이 있다. 올해 1분기 이익 추정치가 늘어난 회사들이다. 올 1월 한 달간 국내 기관들은 이런 기업 주식을 많이 사들였다. 주가도 상당 폭 올랐다. 중앙일보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의뢰해 최근 1개월 동안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추정액 평균값이 많이 늘어난 기업들의 매매와 주가 변동을 살펴본 결과다. 조사는 최소한 3개 증권사가 경영 실적 전망을 내놓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했다.
추정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한국전력이었다. 지난해 말 증권사들이 예측한 한전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7598억원. 하지만 이 수치는 최근 9924억원으로 31% 상향 조정됐다. 지난달 14일부터 전기요금을 4% 올린 게 주된 요인이다. 이뿐 아니다. 현대증권 김대성 연구원은 “발전연료인 석유·가스·석탄 가격이 국제적인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원화 가치가 오르면서 연료 수입가가 줄어든 것 또한 한전의 이익 안정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1월 한 달 동안 국내 기관이 약 18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주가는 같은 기간 3만450원에서 3만2400원으로 6.4% 올랐다.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14.4% 상향 조정)과 LG유플러스(9.2%)도 이익 전망치가 많이 올라간 종목이다. 스마트폰 보조금 과다 지급에 따른 영업정지가 되레 약이 됐다. 동양증권 최남곤 연구원은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포화 시장에서 서로 영역 빼앗기 경쟁을 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영업정지에 따른 마케팅 비용 감소가 오히려 이익을 늘려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한 달 동안 기관들은 SK텔레콤을 1355억원, LG유플러스는 516억원 순매수했으며, SK텔레콤 주가는 9.8%, LG텔레콤은 4.4% 상승했다.
국내 기관들은 영업이익 추정치가 개선된 기업들을 잇따라 사들이는 반면, 외국인들은 둔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1월에 외국인들은 한전을 92억원 순매수하는 데 그쳤고 SK텔레콤은 914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권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