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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을 헤쳐본다(2)|1등 신랑감|몰상식한 상식|주례사치고 ˝2등˝ 없더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신랑×군으로 말하면 좋은 가정 훌륭한 부모 밑에서 자라 국민학교와 A중·고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치고 A대학에서 ××학을 전공, 여기에 만족치 않고 ×국에 유학하여 MA를 획득한 유능한 청년입니다. 그리고 내가 아끼는 제자…』 동서양의 풍속이 거의가 다르다하지만 남의 경사에 가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는 데는 일치한다. 인간대사의 으뜸을 꼽는 결혼식의 주례가 신랑 신부를 앞에 두고 보내는 한국판「딜럭스」축사는 바로 이런 것이다.
화려한 경력은 주례로 하여금 더욱 신나게 하여 한국의 1류교는 어떤 학교며 어떤 직장이 사회의 인기를 모으고있는지를 하객들에게 자세히 가르쳐 주고 있다. 소위「1등신랑」의「프로필」이 정해지는 것이다.
가문과 학벌과 지위 능력뿐인가? 용모까지 단정한자, 선민의식은 희소가치에서 싹트는 것, 그래서 남들이 너무나 힘들어 포기하는 외국유학, 그 중에도 비교적 흔한 미국보다는 구라파 유학쯤 하고 오면「프로필」은 빛나게 마련. 힘든 관문을 통과하면서(보통 그들은 대수롭지 않다고들 표현한다)하나둘 자신을 굳혀 가는 청년들은 그 표정부터 여유를 갖는다.
이 여유 있는 표정이야말로 1등 신랑을 좇는 뭇여성에게「어필」하는 조건, 무난한 성격과 일치된다. 하여튼 여성에게 호감을 받아가면서 이들은 더욱 기고만장하여 기교까지 부린다. 『어디 별다른데 갈 학교가 없어서 일류 학교밖엔 못나왔고 (남들이 일류라고 떠드는 게 도무지 이해난인 듯) 어쩌다 태어나 보니 괜찮은 집안이더라』―갈수록 태산이다.
자기가 여자들이 구하는 장본인임을 아는 바에야 결혼쯤은 말할 것 없고 세상 모든 일이 하찮은 것으로 보인다.
여인들이여, 결혼식장에서 순간적인, 참으로 순간적인 찬사를 받으며 이들과 결혼했을 경우를 생각해 보라. 『너는 뽑혀서 나한테 온 것이니 모든 걸 감수하라』는 식의 생활이 아니라고 누가 단정할 수 있으랴.
비록「자격」은 갖추지 못해도 그들을 능가하고 싶은 허영 많은 청년들도 왕왕「1등」의 인정을 받고 있다.
외국이라면 오금을 못 펴는 여인에게 공중전화「박스」에서「트랜지스터」잡음을 내가며 「워싱턴」으로부터의 전화라고 속여야만 했던 비극적 한국남성상은 좀 서투른 것. 머리를 갸우뚱, 역습의 법을 쓰자 『나는 집안도 나쁘고 돈도 없다. 게다가 일류학과와는 담을 쌓아!』우리의 선조들이 준 청빈의 사상과 겸손의 미덕은 마침내 진화하고 만 것이다.
「인텔리」를 자칭하는 여인 중에 이와 같은 표현적 솔직과 소탈에 솔깃하는 경우가 많다. 『이분이야말로 요새 세상에서 볼 수 없는』인물로 생각한다. 부모들도 그렇다. 해방의 혼란과 6·25의 참상 속에서 사람하나 똑똑한 것이 제일이라는 사실을 터득한 터이라 외국이나 갔다왔다고 톡톡 털고 거만 떠는 사위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리라.
이상하게도「1등신랑」의「이미지」는 극과 극에서 이루어진 셈. 양극 사이에 있는, 아니 양극이 아닌 신랑감, 결혼을 좀더 성실하게 멀리 내다보는 청년을 구한다는 것은 20세기 처녀들에게는, 이 다양한 사회 속에서는 너무도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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