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지식] 행복이 궁금해? 두루두루 종교를 공부해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일러스트=쑨(www.ssoonspace.net)]

구원 확률 높이기 프로젝트
위르겐 슈미더 지음
펜타그램, 408쪽
1만6000원

진지함은 유쾌함과 함께하기 어렵다. 발랄함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데 이를 한 권에 성공적으로 담아낸 책이다. 자칫 서로의 기분을 상할 우려가 있어 가능하면 피해야 할 화제인 종교 문제를 다뤘는데도 그렇다.

 지은이는 독일 신문의 스포츠부 기자. 그는 ‘40일간 거짓말 절대 하지 않기’ 프로젝트 실행 경험을 정리한 『왜 우리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할까』(웅진지식하우스)로 국내에 알려진 바 있다. 이 엉뚱한 저널리스트가 이번엔 종교를 파고 들었다.

 그는 현대인이 몰두해야 할 영적 과제로 두 가지를 든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 그리고 사후세계가 정말 있다면 어떻게 해야 죽어서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다. 신의 존재 여부는 증명되지 않았지만 신을 믿는 것이 믿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의 명제에 따라 신을 믿기로 한다. 나아가 ‘천국’에 갈 확률을 높이기 위해 가능한 다양한 신의 가르침을 따르기로 한다.

 지은이는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모태신자’였다. 하지민 나이가 들자 세례식 등 때만 성당에 가는 ‘사흘신자’로 변한 그가 맨 처음 한 일은 종교서적 150권과 종교영화 DVD 100편을 산 것이다. 이때부터 4년간 구원을 향한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거듭한다. 팔괘도(八卦圖)·불상 등 다양한 성물(聖物)로 방을 꾸미는가 하면 중국 도교사원에서 명상을 한다.

 또 자신에게 저질렀던 잘못을 고백하면 용서하겠다는 메일을 94명의 친지에게 보내고, 신흥종교 사이언톨로지의 인터넷 강좌를 따라 하고, 이슬람신자와 무신론자 부부와 진지한 대화도 한다. 이 과정에서 소소한 에피소드, 천연덕스런 말투가 읽는 재미를 보장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힌두교를 믿는 한 남자가 죽어서 하늘나라에 도착해 베드로를 만났다. 베드로는 “당장 천국에 갈 수는 없지만 더 좋은 삶으로 환생할 겁니다. 25번방으로 가세요. 단 8번방을 지날 때는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당부한다. 이어 무신론자인 남자에게 베드로는 “당신은 그냥 죽은 채로 있을 겁니다. 복도 끝으로 나가주세요. 8번방 지날 때는 조용히 하고요”라고 일러준다.

 이에 무신론자가 “왜 8번방 앞에서는 조용히 해야죠?”라고 묻자 베드로 왈 “기독교 신자들 방인데 자기들만 여기 온 줄 알거든요”라고 했다는 뼈 있는 농담을 소개한다.

 문체 또한 익살스럽다. “이 어린 친구(지은이의 아들)는 나의 유전자가 다량으로 들어있다고 하기에는 너무 귀엽다. 또한 나의 유전자가 전혀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 만큼 아주 깔끔하고 단정하다.” 웃음이 절로 터진다.

 그렇다고 마냥 가벼운 책은 절대 아니다. 긴 지적 모험 끝에 “나는 한 종교가 모든 질문에 모든 답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종교가 인생의 중요한 물음들에 만족스러운 답을 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며 통합이나 관용이 아니라 평등· 존중· 합리를 화두로 한 종교 간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내린 결론은 흘려 듣기 아깝다.

 “우리 모두는 종교에 편견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편견은 각 종교를 충분히 공부하지 않아서 생긴다. 무지와 무시가 편견과 편협을 낳는다”는 이 범신론자의 말은 종교가 있든 없든 삶의 의미를 찾는 이들이라면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사족: 시간이 없으면 붉은 활자로 된 구절만 찾아 건너뛰며 읽어도 책값은 충분히 뽑는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