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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리뷰] 낭낙-태국의 쉬리

중앙일보

입력

■ 낭낙

감독: 논지 니미부트르
국가: 태국
제작년도: 1999년
상영시간: 101분
제작사: 타이 엔터테인먼트
수상경력: 로테르담 넷팩상
아시아태평영 영화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음향상수상
인도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작품자체에 대한 평가는 뒤로 하더라도 영화 쉬리가 한국영화에 끼친점은 적잖았습니다.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더불어 영화시장의 파이가 커지면서 몇년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영화를 보면 본전 건지기도 힘들다고 생각하던 관객들을 이젠 한국영화에 대한 맹신자로 바꾸게 되는 기폭제가 쉬리였음을 부인하긴 힘들것입니다.

영화시장 자체가 현재로서는 계속 커져가는 추세라면 흥행기록은 언젠가는 깨어지기 마련입니다만, 그럼에도 타이타닉이 보유하고 있었던 최고흥행기록이 99년 쉬리에 의하여 깨어졌을때 우리는 뿌듯함을 느꼈었고 한국영화계는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타이타닉의 기록을 유일하게 깨어버린 나라라고 우리가 좋아하였을 때, 사실 같은 해 태국에선 낭낙에 의하여 역시 타이타닉의 기록이 깨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가 한국에선 공동경비구역이나 친구로 이어져 나갔듯이 태국의 경우도 계속해서 올해 상반기의 방라잔이라던가 하반기의 슈리요타이에 의하여 이어지고 있습니다.

산업적 의미에서 태국영화와 한국영화는 지금 비슷한 길을 가고 있습니다. 우리와 닮은 태국을 보고 한국의 영화계를 되돌아보고 또 앞을 내다보자는 의미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타이영화의 힘이란 제목으로 태국영화 특별전이 있었고 폐막작으로도 태국영화 수리타이요가 선정되었습니다.

영화 쉬리가 99년 특별상을 받았었던 아시아태평양 영화제에서 낭낙은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비록 99년에는 태국서 개최되긴 하였지만 말입니다 ^^;) 사실 올해 칸영화제 필름마켓에서 한국영화의 경우 무사가 주목을 끌었다면, 태국영화들은 폴티시모등의 영화세일즈사의 홍보등과 함께 (폴티시모의 영화판권은 한국영화에 대해선 3편을 가지고 잇는 것이 비하여 태국영화에 대해선 7편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2001/2002년 카탈로그 커버는 아예 태국영화 검은호랑이의 눈물로 꾸며져 있을정도입니다.) 검은호랑이의 눈물이라던가 방라잔등이 한국영화보다 더 주목을 받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관객들에게 태국영화는 그리 크게 와닿지 않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태국이란 나라는 영화 '왕과나' 에서처럼 영화의 배경으로 선택되기에는 적합하지만 영화를 주체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곳은 못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방콕데인저러스가 그러했고, 부천영화제에서의 검은호랑이의 눈물도 시종일관 비웃음에 가까운 반응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사실 프린트의 상태가 조악했던것을 제외한다면 구로자와의 꿈과 유사한 배경화면사용에 코미디와 멜로, 그리고 서부극을 가미한 이 작품이 무척 재미있었는데 말입니다.

그외에도 철의 여인들이나 낭낙이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되긴 하였지만 이들 태국영화들에 대한 기사는 한국에서 찾아보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태국영화 특별전이 있었기 때문인지 부산영화제가 끝나고 대부분의 영화관련 매체에서는 태국영화에 일정한 지면을 할여하고 있습니다.

올해의 부천영화제와 부산영화제를 통하여 관객들은 태국영화를 폭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태국영화는 더이상 먼나라의 영화가 아니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에 있어서 쉬리와도 같은 위치를 점하고 있는 영화 낭낙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알려져 있지도 않고 심지어 모 잡지에서는 낭낙의 줄거리를 잘못 소개하고 있기도 하여 이 영화와 감독에 대하여 조금 언급해 볼려고 합니다.


낙이 실존인물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태국인들이 그녀가 1800년대 중반에 실존했었던 여인이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로 구전되어 내려오고 있고 또한 여러 가지 버전의 영화들로 제작되었으나 감독은 낭낙을 사랑이야기로 결론짓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단순한 사랑이야기로만 생각하고 관람하게된다면 큰 오산입니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하고 영화를 보러오신 분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실수도 있습니다.


낭낙의 감독 논지 니미부트르가 이번 제6회 피프의 심사위원자격으로 왔었죠. 뮤직비디오와 CF출신배경의 감독은 첫 연출한 작품 '당 버럴리와 일당들'로 97년 태국영화 최고 흥행을 기록합니다.(이 영화는 97년 부산영화제의 아시아 영화의 창부문에 출품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영화인 낭낙으로 타이타닉의 기록까지 갈아 치우게되죠.(낭낙은 99년 역시 부산영화제에 출품되었습니다.) 올해는 세번째 작품인 종려시와 함께한 잔다라로 역시 주목을 받고 있고(역시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었죠) 또한 검은호랑이의 눈물이나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되었습니다.) 방라잔의 제작 (부산영화제 상영)까지 참여하여 흥행에 성공한, 오늘날 태국영화계의 대부와도 같은 인물이 되었습니다.

논지감독은 그와 관련된 작품들이 영화제나 개봉등의 형태로 모두 한국에 소개된, 한국에서는 가장 잘 알려진 태국감독이자 프로듀서가 되었습니다. 그의 낭낙은 철의 여인들과 함께 홍콩서 유일하게 DVD로 발매된 작품이며 미국서도 유일하게 DVD로 발매된 태국영화이기도 합니다. (해외에서의 DVD출시편수에 있어선 분명 한국영화가 더 앞서나가고 있는듯합니다. 춘향뎐이라던가 거짓말, 인정사정 볼 것 없다등의 작품들이 유럽과 미국에서 출시되고 있는것을 보면 말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베이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크라테리언 LD인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은 언제쯤 크라테리언사에서 DVD로 발매할까요? ^^;)

우리나라에서의 춘향전과 마찬가지로 수십번 태국서 영화화된 바 있다는 낭낙에도 그 만큼의 여러 버젼이 있는 모양이지만, 논지감독의 낭낙은 낙의 남편 막에 대한 지순한 사랑에 이야기의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고바야시 마사키의 괴담이나 미조구치 겐지의 우게츠, 그리고 우리의 설화에서도 언젠가 한번 들어봤음직한 이야기임을 느끼게 됩니다.(물론 이러한 설화는 대부분 아내를 버려두고 다른여인과 지내다 온 남편의 후회로 결론을 맺고 있지만) 이러한 종류의 이야기나 구전동화, 격언들은 전세계에 걸쳐 공통적으로 존재합니다.


사실 낭낙은 여성계에서 볼 땐 그리 탐탁지 않은 영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낭낙은 지나치리만큼 한여인의 남편에 대한 헌신적 사랑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춘향전의 이야기를 계속적으로 영상화시켜 즐기듯이 낭낙역시 태국서 전해내려져오는 이야기를 영상화 시킨 작품이라 생각하면 그러한 편견없이 이 영화를 감상하실 수 있겠습니다.


모잡지에서 잘못 소개된 것처럼 낙은 자살한 것이 아니라 난산중에 아이를 낳지 못하고 죽게됩니다.


영화는 1/3가량이 진행된 후에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게 됩니다. 이제까지의 멜로장르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장르로 변해가는데, 조금은 식상할 수 있는 사랑이야기와 함께 스며들어있는 호러적요소들, 이 두 개의 장르가 별무리없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태국에서의 흥행원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미 낭낙의 판권이 국내에 수입된지 꽤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영화를 정식개봉작으로 영화관서 보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요?

DVD에 관하여

낭낙의 DVD화질이나 음질은 무척 실망스럽습니다. 시종일관 어두운 색조를 잘 촬영한 편인 이 영화를 비디오테잎보다 조금 나은수준의 화질로밖에 접할수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굳이 비교하자만 폭스로버서 출시되고잇는 대만영화정도의 화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파카와트 와이이타야와 챗차이 퐁프라파푼 두사람에 의하여 작곡되어 스타워즈: 에피소드1과 같은 방식의 돌비디지털 서라운드-EX로 녹음된 이 영화의 사운드를 DD2.0으로밖에 접할 수 없다는 것은 직접 이영화를 극장서 체험하고 사운드에 기대를 걸었었던 저에게 무척 큰 실망을 안겨주네요.

태국인들이 생각하는 문화라던가 환경등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지만, 자국인들이 아닌 외국인의 관점에서 볼 때 영화 낭낙의 힘은 많은부분이 음악에서 주어지지 않나 생각됩니다. 특히 낙이 아이를 재우며 부르는 노래와 이에 피리로 반주하는 막의 모습에선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는데, 그러한 경험을 DVD를 통해서 다시체험하긴 힘드네요.

■ 디스크사양
상영시간: 101분
제 작 사: 홍콩 Ocean Shores
화 면 비: 1.85:1
사 운 드: DD2.0
자 막: 중국어, 영어 (화면에 고정되어 선택불가)
지역코드: 0 (All)
서 플: 없음

낭낙을 이야기하며 영화를 산업과 연관시켜 보는 것이 그리 자연스럽지가 않네요. 그리고 대중성과 작품성이 항상 같이 갈수 없는 것이 또한 영화예술이라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태국의 영화산업과 한국의 영화산업만을 비교하지 말고, 태국의 영화와 한국의 영화를 더 많이 비교해 주었으면 합니다. 그러면서 산업이 좋은 영화를 만들수 있도록 도움주는 방법을 찾아보는 결말을 갖게되길 바래어 봅니다. 영화는 이미 산업이 되었지만, 역시 아직까지는 산업보다 예술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눈길을 태국에서 돌려, 대만영화와 한국영화를 자신있게 비교할 수 있게 되길 바래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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