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철의 월드 비트] '낫씽스 인 베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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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전통만을 내세우는 건 곤란합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요소 없이 자기 (나라의) 음악이 세계화되길 바라는 건 더욱 곤란합니다." 세네갈의 월드스타 유쑤 은두(Youssou N'dour)가 MBC FM과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월드뮤직계에선 하나의 진리와도 같은 이 말을 그처럼 현실로 잘 옮긴 뮤지션도 드물다.

유쑤 은두는 1959년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세네갈의 '그리오'(음유시인)인데, 그리오는 오늘날 서부아프리카 음악의 뿌리가 됐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노래를 배운 그는 점차 다양한 외국음악을 접하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한다. 이러한 고민 끝에 새로운 형태의 음악인 '음발락스'를 창조한다.

서부아프리카의 전통음악에 아메리카에서 건너간 아프로-큐반 리듬과 팝 적인 스타일을 가미한 음발락스는 단숨에 월드 뮤직의 주류 장르로 떠오른다.

실력이 갖추어지자 자연스럽게 기회가 찾아온다. 1983년 그의 음악을 듣고 반한 피터 가브리엘(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그룹 제너시스(Genesis)의 리더였으며, 월드뮤직 명문 레이블인 '리얼월드'의 사장)은 당시 파리에 있던 유쑤 은두를 자신의 앨범작업에 초대했고, 이를 계기로 유쑤 은두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스팅.트레이시 채프먼.와이클레프 장 같은 수퍼스타들과 협연을 하며 월드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이후 '최고의 월드 뮤직 아티스트 가운데 한 명'이라는 극찬을 받은 반면, '세네갈음악 특유의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잃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새 앨범 '낫싱스 인 베인'(Nothing's In Vain, '아무 것도 헛되지 않다'는 뜻)은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전통으로의 분명한 회귀'를 담았다. 코라(21줄로 된 서아프리카 전통 현악기.하프-류트라고도 한다), 살람(5줄 세네갈식 류트), 리티(한 줄로 된 세네갈식 피들), 발라폰(나무 실로폰), 여기에 각종 전통 타악기들의 어쿠스틱한 울림이 어우러진 첫 곡 '탄 비'('열기' '미풍' '부드러움'이라는 뜻)부터 '나의 뿌리는 세네갈 전통음악'임을 웅변하는 느낌이다.

비틀스의 '노르웨이의 숲'(Norwaijian Wood)이 생각날 만큼 아기자기하면서도 청아한 울림이 기분 좋다. '위민 아 더 퓨처 오브 러브' '비코즈 러브스 라이크 댓'도 들을수록 흥겹고 산뜻하다. 5옥타브에 이르는 그의 미성이 빛을 발하는 곡들이다.

이밖에 현재 프랑스 최고의 프로듀서이자 싱어 송 라이터인 파스칼 오비스포가 참여해 '소 메니 멘'과 '아프리카, 드림 어게인'을 함께 부른 것도 눈길을 끈다.

음반 전체에서 아프리카 음악과 전통이 숨쉬면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지는 데서 그의 천부적인 재능을 느낄 수 있다.

유쑤 은두가 왜 월드스타인지, 오늘날 아프리카음악이 얼마나 발전했는지에 대한 대답이 담긴 쾌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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