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중국관람객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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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내년 월드컵 때 한국에서 경기를 갖게 됐다는 소식에 국내 기업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특히 항공·해운·관광·호텔업계는 미국 테러사태로 손님이 줄어 침울했던 분위기가 '한방'에 사라진 느낌이다.

아시아나항공 장성지 상무는 "중국팀이 한국에서 경기를 하게 해달라고 기도까지 했다"면서 "중국은 내년부터 해외여행을 자유화하기로 해 승객이 더욱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진출을 본격 추진해온 삼성·SK·LG 등 대기업들도 월드컵 특수에 따른 대책 마련에 나섰다.

◇ 10만 중국인 관람객을 잡아라=미국 테러사태로 승객이 줄어든 데다 적자까지 누적돼 고민하던 항공사들은 '중국 특수'기대에 들떠 있다. 대한항공은 다음달 10일부터 인천~쿤밍(昆明) 노선을 신설하는 등 다음달에만 6개 노선을 늘린다.

대한항공 김호택 이사는 "월드컵 경기와 한류열풍 등으로 중국 관광객이 늘고, 한.중간 경제교류도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띨 것"이라면서 "월드컵 경기가 열릴 때는 비정기 운항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다음달 9일 서귀포 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과 미국의 경기를 특별상품으로 개발해 중국 현지에서 판매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단계별 월드컵 중국 관람객 유치 계획을 마련했다.

내년 3월까지 테마상품과 이벤트 상품을 판매해 2만8천명을 유치하고, 내년 3월부터 6월까지는 월드컵 관광단 수송으로 4만7천명을 유치한다는 것이다.

아시아나는 월드컵 경기장 관람과 스키관광 등을 연계한 상품을 개발, 베이징 등 중국 주요도시에 있는 '축구팬 클럽'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다. 아시아나는 중국지사 홈페이지(CN.flyasiana.com)에 '월드컵난'도 만들었다.

한~중간 여객선을 운항 중인 진천항운.대인훼리 등 해운사들도 증편.서비스개선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위동항운 관계자는 "웨이하이(威海)와 칭다오(靑島)에 주 5회 운항 중이나 내년에는 운항 선박수를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중국인 입장객이 적어도 6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여행업계는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일부 여행사는 월드컵을 활용한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판매하기 위해 중국내 거점도시들을 방문키로 했다.

◇ 중국인에 맞게 고쳐야=전문가들은 중국의 '월드컵 특수'를 잡기 위해선 보완해야 할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정균 박사는 "중국인들은 한국 전자제품과 의류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용산전자상가나 재래시장 등지를 둘러보게 하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관광업계가 덤핑공세로 출혈경쟁을 벌일 경우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金박사는 월드컵 경기장은 물론 관광지와 시장에 중국어 안내문을 설치하는 등 관광 인프라 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LG경제연구원 배영준 연구위원은 "월드컵 예선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 중국인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줘야 이들이 방한 경험을 주변에 전한다"면서 "앞으로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고 말했다.

배위원은 특히 국내 기업들은 여행사들과 제휴를 해 ▶기업의 로고가 새겨진 경품을 제공하거나▶관광 일정 중에 기업체 시찰 코스를 무료로 제공하고▶몇개 기업이 공동으로 중국인들을 위한 음악회를 개최하는 등의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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