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간판 선수'의 위력 팀이 살았다··· 죽었다···

중앙일보

입력

어느 종목에서건, 어느 팀에서건 오너십을 발휘하는 선수가 있게 마련이다.

'마이클 조던의 팀 시카고 불스'가 그런 식이다.강한 팀이 되기 위해 팀 전력의 핵이자 정신적인 구심점인 선수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때로는 이들 때문에 질 수도 있다.

지난 27일 LG 세이커스와 삼보 엑써스의 경기가 좋은 예다.

'허재의 팀' 엑써스는 이길 수도 있었던 찬스를 무수히 놓치고 경기 종료 직전 실책으로 무너졌다.실책은 김승기가 했지만 원인은 허재에게 있었다.

김선수는 세이커스의 수비가 심해지자 마음이 급했다. 빨리 허선수에게 볼을 넘겨주고 부담스러운 장면을 모면하고 싶었다. 허선수가 빈 공간으로 이동하는 순간 허선수가 원래 있던 자리에 볼을 던지는 바람에 세이커스 구병두가 얼떨결에 볼을 차지했다.

허선수에 대한 지나친 믿음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러한 밑그림을 모르면 김선수의 패스 미스는 프로선수의 플레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미스터리가 된다.

경우는 다르지만 같은 날 코리아텐더 푸르미에 패한 SK 빅스도 조니 맥도웰 때문에 졌다. 맥도웰은 4쿼터 5반칙으로 물러나 승부가 걸린 연장전에는 벤치를 지켰다.

책임은 맥도웰이 퇴장한 후 경기를 사실상 포기해버린 빅스 선수와 코칭스태프에 있었다. 팀의 간판임을 자부하던 문경은은 슛 동작도 취하지 못한 채 연장 5분을 허비했다.

중심 선수는 팀의 운명을 좌우한다. 세이커스가 조성원의 득점이 늘면서 연패에서 벗어나고 KCC 이지스가 이상민의 부상으로 침몰하며 SK 나이츠의 승패가 서장훈의 컨디션에 따라 좌우된다. 동양 오리온스는 김승현이라는 중심 선수를 얻은 후 힘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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