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휴대전화 쓰레기광고 뿌리 뽑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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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누구나 느닷없이 걸려오는 휴대전화 쓰레기광고에 시달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오빠 시간 있어?"라는 폰팅 전화부터 "좋은 부동산 있는데요"라는 부동산 광고까지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문자 메시지와 쓰레기전화는 가위 공해 수준이다. 정부가 31일부터 시행되는 정보통신망법에 060 폰팅과 전화.팩스 광고의 경우 반드시 수신자의 사전 동의를 얻도록 못박은 것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법을 위반할 경우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광고사업자가 사전 동의를 얻기 위해 전화를 거는 행위 자체도 금지된다.

그러나 쓰레기광고 공해에서 완전히 해방될 것으로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정보통신부는 예전에도 수신거부 의사를 무시한 광고 재전송을 금지한 적이 있지만, 쓰레기광고는 수신거부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빠져나갔다. 광고전송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는 반면 법과 제도는 이를 따라잡지 못해 결국 소비자만 골탕먹는 셈이다.

개정된 법에는 방문판매법이나 전자상거래법에 따른 텔레마케팅을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반전화를 이용한 쓰레기광고까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구멍이 숭숭 뚫린 것이다. "이제는 구체적인 내용을 입증하지 않아도 쓰레기메일을 처벌할 수 있는 만큼 안심해도 좋다"는 정통부의 장담에 선뜻 마음을 놓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휴대전화 쓰레기광고 공해는 광고사업자의 얄팍한 상혼과 수익성만 노린 통신사업자들의 합작품이다. 뿌리를 뽑지 않으면 언제 어떤 형태로든 되살아나게 마련이다. 더 이상 뒷북치기 대책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공급자 위주의 정보통신부에만 마냥 맡겨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쓰레기광고 대책도 소비자 입장에서 접근해 가야 한다. 전화 이용자의 권익을 위해 소비자보호원도 신경을 써야 하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신문 무가지에 앞서 정작 이런 쪽부터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속성상 변형된 쓰레기광고가 사회문제가 되기 전에 미리미리 싹을 자르는 선제 대응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