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대’ ‘독점’ ‘확정’…과신했다가 낭패 볼 수 있어요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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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경기가 어려울수록 편법 분양이 늘어납니다.

소비심리가 위축돼 부동산을 산다는 이들은 줄어들고 지어놓은 부동산은 팔아야 하고….

분양업체들은 이런 저런 궁리를 하다 보면 과대·과장 광고를 하게 되고 편법도 동원하게 됩니다.

이런 과대·과장·편법 광고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계약자) 몫입니다. 아파트 등 주택보다 특히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계약할 때 예상했던 것과 다른 상황에 처 하면 더 난감합니다.

아파트는 직접 들어가 살거나 전세라도 놓을 수 있지만 상가는 입점해 장사를 할 수 없어 자칫 텅 비워둬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 기자가 쓴 선임대 상가 투자주의보(관련 URL연결)는 거의 사기라고 볼 수 있는 부동산 광고의 한 단면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과대·과장·편법 혹은 사기를 명확하게 구분해낼 기준이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그 같은 분양방식에 현혹돼 피해를 본 사람들이 구제받을 확실한 방법이 없다는 거죠

기자는 ‘가짜 세입자’가 있는 선임대 상가를 분양 받고 낭패를 봤다는 전화를 받고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그 분은 현재 사기분양으로 소송을 진행 중인 데요, 기자가 보기에 승소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가짜 세입자’를 구분해 낼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정식으로 임대 계약서를 썼고 비록 두 달 만에 계약을 파기했지만 위약금으로 계약금도 지불됐으니까요. 표면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분양업체와 가짜 세입자간의 일종의 계약을 알아내기가 힘들죠.

안타까운 마음은 얼마 전 부산고법 민사1부에서 내린 판결을 보며 더 컸습니다.

천모씨는 2006 9월 경남 양산시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를 분양 받았습니다. 당시 분양 업체는 ‘주변 경쟁상권이 없는 단독 상가’라는 홍보 문구를 적극 활용하며 슈퍼마켓을 운영하면 독점 영업을 할 수 있다고 천씨를 설득했습니다. 주변에 마땅한 상가가 없다는 것이죠.

명백한 위법 가려내기 어려워 계약자들 애만 태워

천씨는 이 말을 믿고 상가를 분양 받아 슈퍼마켓을 운영했는데 3년 후 도로 맞은편 공터에 상가 건물이 들어서고 대형 슈퍼마켓이 입점합니다.

천씨는 분양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분양업체의 손을 들어줍니다. 분양 안내문과 홍보 전단에 ‘주변 경쟁상권이 없는 단독상가’라는 문구가 있지만 추상적인 내용이라는 것이죠.

00 입점 확정’ 등의 문구도 자주 볼 수 있는 홍보 문구입니다. 은행이나 병원 등은 한번 입점하면 오래 머무는 특성이 있죠.

비어 있는 건물이 아니니 안심하고 분양 받으라는 의미인데요, 사실상 구두 협의만 된 경우도 많습니다. 계약서를 쓰지 않았는데 ‘확정’이라는 단어를 쓰는 거죠. 이 경우도 처벌이 쉽지 않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분한 경우도 많지만 과대·과장 광고 등이 인정되는 경우도 많지 않고 인정됐다고 해도 계약 취소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분양업체는 어떻게든 상품을 팔고 싶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꺼진 불도 다시 보라’는 말이 있죠. 계약을 결정하기 전에 조심 또 조심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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