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을 그늘에서 빛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30일 오전 9시30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단상에 올랐다. 29일 개막한 동계스페셜올림픽의 부대행사로 열린 ‘글로벌 개발 서밋(Global Development Summit)’의 기조연설을 맡았다. 연설의 주제는 ‘그늘에서 빛으로’였다. “전 세계 인구의 3%가 지적장애인입니다. 그들이 자신의 권리를 알고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자선이 아니라 사랑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선택권을 넓혀주는 방식으로 권리를 찾아줘야 할 것입니다.”

 연설이 끝나자 박수가 쏟아졌다. 지적장애인의 유엔 총회로 불리는 이날 ‘글로벌 개발 서밋’에는 김황식 국무총리, 조이스 반다 말라위 대통령 등 전 세계 지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지적장애인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을 촉구하는 ‘평창 선언’을 채택했다. “세계적으로 2000만 명 이상의 지적장애인들과 가족들이 빈곤과 배제를 겪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빈곤과 배제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선언했다. 이 서밋은 원래 학자들이 주도하는 국제포럼에서 출발했으나 이번 대회부터 세계 정치·경제·학계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확대됐다. 참석자들은 ▶장애인들의 자기 주도적인 삶 ▶지역사회에 통합된 삶 ▶국제사회의 이행 촉구 등 3개 부문에 걸쳐 지적장애인에 대한 공동체의 관심을 촉구했다, ‘평창 선언’은 구속력은 없지만 세계 각국이 지적장애인 문제 등을 풀어가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조직위원장은 “지적장애인과 관련한 많은 정책을 수립해 왔지만 그건 우리의 입장에서 본 것이었다”며 “이제 자세를 바꿔 지적장애인의 안목으로 경청해야 한다. 경청이야말로 지적장애인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스페셜올림픽 선수도 일부 참석했다. 스페셜올림픽 선수 시절 마라톤을 26차례 완주했던 로레타 클레이본(60·국제스페셜올림픽위원회 이사)은 “스페셜올림픽을 만나 생애 처음 어딘가에 소속돼 있음을 느꼈고 내 권리를 갖게 됐다”고 했다.

평창=강기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