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장률 쇼크 … 지난해 4분기 - 0.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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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예비치)이 -0.1%(연율)로 집계됐다고 30일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이 집계한 예상치는 1.1% 수준이었다. 마이너스 성장은 뜻밖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발 경기 침체가 끝난 2009년 2분기 이후 3년6개월(14분기) 만에 처음이다. 발표 전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전문가들의 미 GDP 성장률 예상치는 1.1% 성장이었다.

 4분기의 0.1% 마이너스 성장 여파로 지난해 전체 성장률은 2.2%로 잠정 집계됐다. 한 해 전인 2011년 1.8%보다는 0.4%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잠재 성장률인 3%에는 미치지 못했다. 두 해 전인 2010년 성장률은 2.4%였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연간 성장률은 좋아졌지만 미 경제가 회복 수준을 넘어 확장 단계에 들어섰다고 할 순 없다”고 이날 평가했다.

 상무부에 따르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의 주범은 정부 지출과 기업 재고의 감소였다. 정부 지출이 6.6% 감소했다. 특히 국방비 지출이 22.2%나 줄었다. 정부 지출 감소는 1972년 이후 최대였다. 그 바람에 성장률이 1.33%포인트 낮아졌다. 기업들이 매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물건을 미리 생산해 재고로 쌓아두지 않았다. 그 결과 성장률을 1.27%포인트 깎아먹었다.

 유럽 채무 위기와 중국 성장 둔화로 미국의 수출도 여의치 않아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소비자 지출 및 기업 투자가 그나마 증가해 경기 회복에 대한 희망을 줬다. 전체 경제 활동과 GDP의 70%를 구성하는 소비자 지출은 2.2% 늘었다. 3분기(1.6%)보다 더 높은 증가율이다.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 등은 일제히 “2월과 3월 말에 성장률이 수정 발표될 수 있지만 일단 G(성장)쇼크”라며 “유럽 경기 침체와 미국 재정절벽(Fiscal Cliff)이 마이너스 성장의 주범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은 2.0%로 발표됐지만 이날 3.1%로 수정됐다.

 뜻밖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미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QE)를 예정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경제전문 매체인 마켓워치는 “최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내부에서 올 연말 안에 QE 규모를 줄이거나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며 “하지만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 때문에 벤 버냉키 FRB 의장 등 비둘기파(QE 지지파)들의 목소리가 계속 힘을 얻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내다봤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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