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팬들은 끝장을 보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25일 FA (축구협회) 컵 결승전이 벌어진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기온은 영상 3℃였지만 관중석을 메운 4만1천여 관중들의 열기는 한여름이 무색할 정도였다.

본부석 좌.우를 가득 채운 대전 시티즌과 포항 스틸러스의 서포터스들은 목이 메도록 응원가를 부르며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을 격려했다. 응원의 열기는 서포터스들만 내뿜은 것이 아니었다. 본부석 건너편 1.2층을 빈자리 하나 없이 가득 메운 관중들은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박수와 함성을 아끼지 않았다.

살을 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4만여명의 관중들은 왜 운동장 찾았을까. 바로 '승부' 가 갈리는 것을 봐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한국 축구팬들의 특성 때문이다.

시계를 딱 한달전으로 돌려보자. 막판까지 선두권의 치열한 순위싸움이 이어졌던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 둔 성남 일화의 마지막 경기가 벌어진 성남 종합운동장은 화창한 가을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FA컵 결승전이 열린 초겨울의 서울 월드컵경기장보다 더 을씨년스러웠다.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후의 승자를 가려야 뭔가 끝난 것 같은 느낌이 오는 한국 축구팬들에게 정규리그 성적만으로 우승팀을 가리는 올 시즌은 아쉬움 투성이였다. 같은 기간 열렸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 몰렸던 관중을 보면 팬들이 원하는 '그것' 은 분명히 드러난다.

지난 5월 정규리그에 앞서 벌어졌던 아디다스 조별리그 수원 삼성과 부산 아이콘스의 결승전도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물론 축구 선진국에는 포스트시즌이 없고, 선수들의 보호를 위해 포스트시즌은 없어져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할 때는 그것에 따라야 하는 것이 프로 스포츠다.

이번주 일본 J리그에서는 전반기 우승팀 주빌로 이와타와 후반기 우승팀 가시마 앤틀러스 간의 결승전이 펼쳐진다. FA컵 결승전에 몰린 관중수가 말해주듯이 팬들은 결승전을 원한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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