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열악한 환경 딛고 첫 우승한 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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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그리 정신이 이룬 쾌거였다.' 대전 시티즌의 창단 5년만의 첫 우승은 넉넉치 않은 구단 재정, 얕은 선수층 등악조건을 딛고 일궈낸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대전은 97년 3월 팀을 정식 출범하기 앞서 출연 자본금 문제로 프로구단 승인이 잠시 유보되는 과정을 거칠 만큼 취약한 재정은 대전이 명문 구단으로 도약하는 데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실제로 대전은 다른 구단들이 샤샤 등 특급 용병들을 수입, 재미를 쏠쏠히 보는동안 국내 선수로만 팀을 운영하다 올 들어 아킨슨, 콜리 등 용병 3명을 처음 영입할 정도로 자금 형편은 열악했다.

또한 컵 대회나 정규리그에서 정신력과 투지를 무기로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도두텁지 않은 선수층 때문에 전략상 김은중, 이관우 등 주전 선수들을 벤치에 앉히는등 '울며 겨자먹기'식의 변칙적 선수 기용을 해왔다.

주전들을 쉬게 하지 않으면 부상 또는 체력적 한계에 직면하고 이럴 경우 대체할 선수들이 마땅치 않아 장기 레이스를 펼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 같은 빈약한 구단 살림과 얕은 선수층은 팀 성적과 직결됐다.

정규리그는 창단 첫 해인 97년 7위가, 컵 대회는 98년 필립모리스컵 6위가 각각최고의 성적표일 만큼 바닥권을 헤멨다.

올 정규리그에서도 초반 상승세를 잇지 못한채 '동네북' 신세가 되며 10개 팀중 꼴찌의 수모를 당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우울한 분위기를 바꾸고 2001 서울은행 FA컵축구대회에서 우승의 감격을 누린원동력은 선수들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이태호 감독의 격려와 선수단의처우 개선을 얻어내겠다는 약속 때문이었다.

이 감독은 FA컵 시작과 함께 '우승은 평생 자랑거리'라고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아주었고 대회가 끝나면 대주주인 계룡건설에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들이 처한 어려움을 호소하겠다고 약속했다.

평소 '호랑이'같으면서도 친 형 같은 이 감독의 격려속에 선수들은 서로 똘똘뭉친 가운데 가장 약점으로 지적되던 집중력을 발휘, 꿈만같은 우승컵을 안게된 것. 이 감독은 "부상 등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싸워준 선수들에게 감사한다"며 "구단측에 호소, 선수단 처우 개선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눈물 젖은 빵'을 먹고 첫 우승의 금자탑을 쌓은 대전 시티즌이 내년에도 승기를 계속 이을 지 주목된다.(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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