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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나는 이렇게 고쳤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장내는 물을 끼얹은듯 조용했다. 3백여명의 청중은 숨소리조차 죽여가며 8년전 위암의 수술을 받아 죽을 고비를 넘긴 한 연사의 체험담에 귀를 기울였다. 지난 25일 YMCA강당에서 사회법인 대한암협회 주최 중앙일보 후원의 암에 대한 강연회에서의 일이었다. 연사는 「드레스·미싱」 상사를 비롯, 여러곳에 「드레스·미싱」 「센터」를 경영하고 있는 김현규씨였다. 올해에 회갑을 맞는 김씨는 그날 강연회에서도 말했듯이 엄지손가락만한 위의 극일부분만 지녔으면서도 활기에 차있었다.

<8년전의 어느날>
그는 암의 수술을 받은 뒤 무사히 5년을 넘겨 완치자라는 자격을 받은 기쁨을 그날 신이나게 여러사람 앞에 자랑을 했다. 김씨는 몸은 작은 편이나 원래 건장했다고 한다. 그는 옛날에 건장한 몸을 과신하고 중국·만주·일본을 뛰어다니며 무리에 가까울 정도로 「미싱」 판로개척을 위해 활동을 했다. 그뿐 아니라 매일 됫술을 마셨다. 그러나 끄떡도 없이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위 90% 잘라내고>
그러다가 8년전 어느날 아침 해장국을 먹고는 쓰러졌다. 결국 위암으로 확진되어 연세대의 민광식 박사의 집도로 위의 90%가 잘리었다. 그뒤 김씨는 온갖 섭생에 노력, 오늘날도 젊은이 못지않는 활동을 할 수 있게까지 되었다. 위암수술은 조기발견이 전제가 되는 것이지만 결국 수술효과는 80%이고 20%는 환자 자신의 조리에 달렸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20%의 조리를 잘못해서 죽은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13년전 자궁암 수술>
또다른 완치자의 예론 서울시 효자동에 사는 당년 63세의 장음전 할머니가 있다.
장 할머니는 13년전에 경전병원(현 한일병원) 산부인과 과장 나건영 박사(현 서울대의대 산부인과 부교수)에 의해 자궁경암 수술을 받았다. 수술경과는 무척 좋았고 무난히 5년을 넘겼으며 그로부터 다시 8년이 지난 지금도 정정하다.
이상 2명 이외에도 완치자는 얼마든지 있다.

<많은 각과 완치자>
외과·산부인과·피부과·이비인후과·비뇨기과·안과 등 각과의 집도의에 의해서 수술을 받아 5년을 넘긴「불행중 다행인」은 수많이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X선 치료기로 치료를 받아 완치된 사람도 적지 않게 있을 것이다. 다만 「세슘」 137과 「코발트」 60심부치료기는 가동된 지가 5년이 안되므로 아직 완치자 명단은 없는 것으로 보아 무방하다.

<완치자 파악못해>
그러면 현재 완치자는 얼마나 될까. 유감스럽게도 대략적인 수자나마도 알 수가 없다. 모든 완치자를 통계적으로 파악해보려는 시도가 없었을 뿐더러 집도의들도 그것을 알려하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우리나라에선 완치자 스스로가 암에서 살아났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외국에는 수천명씩이나 되는 각종 암에서의 완치자들의 모임이 있어 재생의 기쁨을 나누고 다른 사람에게도 조기진단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작은 규모나마 그런 모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소홀한 환자 추적>
완치자를 파악하려면 우리나라에서도 추적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한 병원 단위로하면 더욱 이상적이지만 각과별로도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반드시 통계를 잡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암의 조기발견에서부터 수술뒤 재발을 방지하여 완치를 보장해 주기 위해서도 꼭 마련되어야만 한다.

<경찰 강제연행도>
구미 각국에서의 추적관리는 참으로 엄밀한 바가 있다. 진단의 결과 뒤에 이상한 점이 나타날듯하면 언제든지 환자에 연락해서 다시 진단을 받아보도록 한다. 특히 수술뒤엔 매일 정기적으로 용태를 서면으로 알아보고 경우에 따라선 담당자가 찾아가기도 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즉각 재입원케 한다.
심지어 「노르웨이」 같은 나라에서는 필요할 때에 경찰이 연행을 해줄 정도로 추적관리가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서도 또 예산타령이 나오겠지만 조잡하나마 우리나라에서도 각 병원에서 추적관리가 실시되어야겠다. <차회는 대한암협회의 할일="좌담회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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